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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새벽 6시 13분 대전행 첫 기차

by Kang.P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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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새벽, 충북선 첫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늘 출장을 가야 하는데 배차에 문제가 생긴 나머지 서로 다른 두 개의 출장을 한 차로 움직이게 되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충주에서 첫 기차를 타고 청주역에 도착하면 픽업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말이 6시 기차지, 이 기차를 타기 위해선 4시 반부터 준비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전날의 숙면 때문인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는 긴장 탓인지 시간이 갈수록 정신이 맑아졌다. 한참을 잠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드는 참변이 발생하고 말았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충주역에 도착했을 때는 사뭇 놀랐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역사와 플랫폼에서 새벽 첫차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퇴근 시간대에 충북선을 타도 옆자리는 비어있기 마련이었는데, 새벽 첫차에는 그런 여유 없이 사람들로 빈자리가 채워졌다(내 옆자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천에서 도착한 기차는 우리를 태우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뒷자리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달팽이관을 자극했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영어 문장을 따라 읽거나 영어로 대화를 하는 듯한 소리였다.

이거 참, 평소 내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른 하루를 시작하며 이동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있었구나.

사실 요즘 극단의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준포기 상태의 마음 가짐으로 살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될 대로 되란 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주말이면 더 심한데,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어 버린 삶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지만 함께 좌석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며 창문에 비친 내 모습과 비교하게 된다.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 놓이면 외면하고 회피하려고만 하는 그놈과 말이다.

몇 자 끄적이고는 눈 붙이려고 했는데, 어느덧 목적지가 다음 역에 와 있다. 아직 세상은 어둠 속이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긴 하루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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