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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강남행 버스

by Kang.P 201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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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날 미친듯이 눈을 퍼붓더니 어제는 맹추위를 몰고 왔으며 오늘 또다시 많은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다. 올 해는 날씨가 참 극단적이다. 여름엔 그렇게 가물다가 태풍 3개가 연이어 한반도를 강타하며 많은 피해를 입히더니, 겨울엔 눈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과거 임금이 백성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폭정을 일삼을 때, 하늘이 이런식로 경고를 했다지?






지금은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

시대가 좋아져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이렇게 블로그에 포스팅이 가능하다니 새삼 놀랍다. 평소 같으면 한숨 자겠지만, 낮에 내린 많은 눈으로 인해 노면 상태가 좋지 않고, 기사님의 갑작스런 브레이크가 많아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기사님의 오른발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나 역시 같은 발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같이 깨어있는 것이 의리를 지키는 것 같다는 마음이고, 터미널에 도착하면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오랜만에 금요일 저녁에 상경을 한다.
베트남에 나가 있는 선배 형의 귀국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일요일에 다시금 베트남행 비행기
를 탄다니, 토요일은 부담 될 것이고 해서 오늘로 날을 잡았단다. 허겁지겁 서둘러 최대한 빠른 서울행 버스를 탔으나, 이거야 원, 낮에 내린 눈이 야속하리만큼 버스의 앞길을 막아선다. 빨리 사람들과 조우하고 싶은 마음 만큼, 눈에 대한 분노게이지는 올라간다.

직장생활과 함께 시작된 충주생활... 문화적 혜택을 조금 못 누리는 것 빼곤 크게 나쁜 건 없는데, 가장 아쉬운 것이 사람들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 니네 회사 근처인데, 점심이나 같이 먹자.' 뭐 이런 식의 대화가 정말 부럽다. 물론 이곳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중에 좋은 사람들도 사귀지만, 학창시절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의, 뭐랄까, 가면을 벗고 쌩얼로 대면한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맛은 없다. 그래서 가끔 올라가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고, 서로 가식없이 발가벗은 모습으로, 그것이 충고든, 격려든, 욕이든, 비난이든, 진솔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 안에 앉아 있는 지금이 좋다.


버스가 다시금 달린다.
그래, 이 페이스로 쭉 가자...
보고 싶다,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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