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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딸에게 쓰는 편지/큰 딸에게

[쑥쑥이에게] #.44_철부지 아빠

by Kang.P 2016.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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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 딸... 

정말 오랜만이구나.

지난 10월 이맘 때 쓰고 2달 정도 지났으니, 이것을 육아'일기'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육아월기나 육아 격월기 정도로 해야할까...)


바빴냐고? 맨날 바쁘다고 하니 니가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아빠 정말 바빴어... 2주 동안을 주말도 없이 출근해서 일했단다. 우리 딸 태어나고는 주말에 일 안하고 놀아주려고 노력에 노력을 하는데 지난 2주는 정말 시간을 낼 수가 없더라. 

재밌는 거 알려줄까? 앞으로는 계속 2주 꼴로 그래야 할 것 같아... 하하하,,, ㅜ,.ㅠ


딸...

사실 아빠는 지금 아프단다. 지난 금요일 밤에 발목을 삐끗해서 오늘 병원에 갔다왔어.


(그냥 올리기에는 너무 혐오스러워서 everfilter 어플을 좀 사용했다...)



일하다 다쳤냐고?

가구 옮기다가 아이 장난감을 밟는 바람에 삐끗했다...


고... 의사선생님께 이야기 했지만, 사실은 술 먹고 넘어졌단다... 중요한 건 기억에 없다는 거...


외이도를 지나는 너의 한숨소리가  느껴진다... 나도 내가 한심하다. 

내일 모레면... 아니구나 이제 한 달 후면 나이 마흔인데 왜 이러고 다니는지, 원... 

불혹...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인데, 아직도 술의 유혹은 조절을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니 엄마는 얼마나 열불이 났겠니. 말도 마라. 사실 지난 주말에 가구를 옮길 계획이었단다. 그동안 엄마는 우리 딸이랑 자고 아빠만 따로 잤었는데 우리 딸 침대를 사서 안방에서 셋이 같이 잘 계획이거든. 그래서 안방에 있는 책장을 옮길 계획이었는데 남편이란 놈이 금요일 밤에 저 꼴로 들어와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상쾌했겠니... 철부지 아빠...

아빠 많이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 정말 이제는 술 그렇게 먹어선 안되겠어. 적정선을 정하고 딱 멈출 수 있는 절제미를 기르도록 노력할께...


딸아. 

사실 요즘 나라 꼴이 말이 아니란다.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국가를 마치 개인 가게 운영하듯 사적으로 운영하며 나라를 개판으로 만들었단다. 아빠를 비롯한 열심히 일한 국민들이 낸 세금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에게 퍼주고 있었단다. 그 사적인 개인이 나라를 좌지우지 하고 있었으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어. 그래서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몇 주 째 광화문에 모여서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단다. 아빠도 엄마랑 우리 딸이랑 손 붙잡고 그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소리치고 싶었는데, 앞 서 말했듯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못했어. 


그래도 충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참석했단다. 



비오는 날이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고, 이 날은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자유발언이 많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른으로서 많이 창피했고, 미안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더라.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정말로 뻔뻔한 대통령은 자신이 대국민담화에서 본인 입으로 했던 말을 계속 뒤집고 있고 이번주 금요일(9일)이 분수령이 될 것 같아. 이날 탄핵의 가결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단다. 저 날 끝나고 함께한 삼촌들과 뒷풀이하면서 또 술을 많이 먹고 다음날 힘들어 했단다. 철부지 아빠...



그리고 오랜만에 반가운 자리도 있었어. 아빠 대학 때 친구들 가족과 비내섬 근처 팬션으로 놀러갔었단다. 20살 때 만났으니 내년이면 벌써 20년지기 친구들이란다. 함께 술 잔 기울이며 참 삶을 고민하고 토론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친구들인데, 어느듯 아빠 엄마가 된 건 기본이고, 반찬가게 사장님과 전문지 편집국장이 되어있더라. 



같이 간 두 친구는 아들 딸들도 친구인데, 아빠는 결혼이 늦어서 우리 딸을 그 대열에 못끼게 해서 미안하구나.

이날 아빠는 정말 기분이 좋았단다. 일에 치이며 살다보니 사람이 그리웠던 때였고, 각자의 삶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힘받고 그러고 싶었는데, 반가운 나머지 너무 술을 빨리, 많이 먹어서... 결국 일찍 필름이 끊겼단다... 아... 철부지 아빠...



그렇지만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사이처럼 어색함과 서먹함이 없는 게 좋더라. 그런게 친구인가보더라...

우리 딸도 그런 친구들 많이 만들길 바랄께.


아빠 발목이 빨리 낫기를 기도해 줘. 수요일부터 1박 2일 또 출장이거든. 철부지 아빠라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런류의 사람들이 인간미가 있단다...ㅋㅋㅋ 엄마도 그 매력에 아빠랑 결혼한 걸꺼야...ㅋㅋㅋㅋ


지난번에 할아버지네 집에 갔을 때 우리 딸 공놀이 하던 동영상을 마지막으로 이만 줄일께... 누워서 발목 찜질을 좀 해야 해서...ㅋㅋㅋ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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