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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아내의 외출

by Kang.P 2016.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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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두드리는 손이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이 소리에 잠든 아이가 깨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아이를 재우고 아내가 늦은 밤 외출을 했다. 오늘이 친구 생일이라고, 밤에 나갔다와도 되냐고 며칠 전부터 이야기 해 왔던 터라, 나도 따로 약속 잡지 않고 일찍 퇴근했다.

거의 한 달 만에 하는 외출임에도 아내는 자꾸 미안하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다. 아이가 자다깨도 내가 달랠 수만 있으면 상관 없는데, 눈 떴을 때 지 엄마가 아니면 난리 난리, 그런 난리가 없다. 몇 번 시도 해 봤지만 울어대는 딸아이를 보며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해 결국 성질을 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부디 오늘은 엄마 올 때까지, 오랜만에 블로그하는데 아빠 글 다 쓸 때까지 꿈나라에서 돌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지난 금요일부터 이번 주 내내 비다. 장맛비. 




비가 좋다. 

술 마시기 좋은 날씨라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빗소리가 좋고 차분하게 내려 앉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좋다. 



"흐흑... 흐흑.."

아이의 인기척을 잔뜩 긴장한 귀가 감지했다. 

비상상황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매우 민접하게 그러나 소리없이 아기 방으로 달려들었다.

'절대... 절대 눈을 떠서는 안된다!!!'

처음에 잠들었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꿈틀대고 있는 딸에게 다가가 등 위에 손을 얹고 일정한 템포로 두드린다...

목소리를 내서도 안된다. 엄마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숨소리도 방해가 될까봐 죽지 않을 만큼 참는다.

그렇게 얼마를 두드렸을까. 아이의 호흡이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고도 한 참을 더 있다가 조용히 나왔다... 제발... 이대로 쭈욱 주무세요... 따님...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아... 비...


지난 금요일에는 딸아이 주무시게 하고 아내와 둘이 베란다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치킨에 술 한 잔 했다. 



창 밖 빗소리를 안주 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운치있고 좋았다.

사실 요즘, 아내는 하루종일 집안일과 애 보는 것에 지치고, 나 역시 회사 일에 지친 나머지 둘이 오붓하게 이야기 나눌 여유가 없었다.

문득 미안한 맘이 든다.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와서 신혼도 얼마 즐기지 못하고 바로 육아와 집안일로 고생하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말할 때 다정다감하게 못하고 툭툭 던지듯이 이야기해서 매번 지적 받는데, 특유의 제천 말투가 그러니 이 또한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고 말이다. 좀 더 노력해야 겠다...


결혼을 하고, 남편과 아빠가 되면서 '가정'에 신경을 쓰려고 노력중이다. 회사 일과 나의 업무 물론 중요하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가정에 소홀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술자리에 참석을 잘 안하게 되니 사람들이 서운해 하는 것이 느껴지고, 또한 그 자리에서 얻게 되는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와 정보에 취약해지더라...

회사와 집에 다 충실하고 싶은데, 이를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약 열흘 전 즈음 우리 딸 300일이었다. 그리고 300일 되는 날부터 약 일주일 동안 고열로 많이 아팠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갑자기 짜증이 장난 아니게 늘었다. 

완전 다른 아이를 보는 것 같을 정도였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며칠을 짜증을 내더니 요즘은 아주 이쁜 짓만 골라 한다. 






내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내 자식이라서 그럴꺼다...) 어쩜 이렇게 이쁘고, 똑똑한지...ㅋㅋ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님 생각이 자꾸 든다.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이뻐하고 사랑주며 키우셨을텐데, 무뚝뚝하고 때로는 잔소리한다고 짜증내는 내 모습을 볼 때면 돌아서서 후회하고 반성한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되나 보다. 좀 더 따뜻한 아들, 다정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리라 다시금 새겨본다.



"으아아아앙~~~~"

올 것이 왔다. 이 정도 울음소리면 아까처럼 매우 민첩하게 그러나 소리없이 갈 필요도 없다. 이미 깬 것이다. 아기방으로 가서 등을 두드리니 딸은 고개를 들어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대성통곡 모드로 들어간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다.


'깼어....'

결국 카톡을 보냈고 아내는 택시를 타고 달려와 지금 아기방에서 토닥이고 있다.

오랜만의 아내의 외출은 그렇게 감질맛나게 끝나버렸다. 하지만 이번에 애를 보면서 내가 재울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건 고무적이다.



여보...

다음번 외출 때는 한 번 기대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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