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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다이어리와 선물

by Kang.P 2016.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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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맞이하기 전 나름 책상정리를 했었다. 

책상 지저분하기로는 회사에서도 유명한 나인데 새해, 새마음을 위해 나름 노력한 것이다.(칭찬 듣자고 하는 말은 아님..ㅋ)


그렇게 2016년을 맞이하고 얼마 안되어 편집실 바닥 공사를 한다는 공지가 떴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편집실에 있는 모든 테입과 물품을 옮겨야 하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큰 작업이다. 바닥 공사는 결국 사무실 대청소로 이어졌다. 캐비넷을 모두 꺼내 열고 버릴 것과 보관할 것들을 구분했다. 그 캐비넷 안에는 타자기로 작업한1990년 대 초반의 서류들도 있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릴테입도 있었다. (깜놀...) 

반나절을 땀흘리며 정리하여 많은 공간을 확보했고 그 공간을 직원들이 나눠쓰기로 했다.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내 자리이지만 자주 쓰지 않는 자료들은 케비넷에 옮겨 보관하기로 했다.


우선 책상 안쪽 구석에 쌓여있던 때 지난 다이어리들를 케비넷으로 옮겼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이곳에 입사하여 어느덧11개의 다이어리를 사용했고 12번째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몇 권을 꺼내 훑다 보니, 당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무심코 생각했을 땐 좋은 추억들만 떠올랐는데, 다이어리 속에는 매 순간의 긴장과 고민, 안도와 위안의 글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다이어리가 한 권 한 권 쌓여갈 때마다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좌충우돌 어리바리 신입이었던 놈이 경험이 쌓여가면서 시나브로 짬밥이란 이름의 노련함이 더해졌을테고, 때로는 꼴값 떨며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초심을 돌아봤을 것이고 그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업무상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진솔한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는 지극히 적다. 이것을 직업 특성이라고 한다면 핑계일테고 어디까지나 내 성격 탓일꺼다. 쉽게 맘을 터 놓지 못하는 성격이고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12년의 충주 생활에서 회사 외의 대인관계가 거의 없다. 갑자기 대인관계 이야기를 하는 건, 서랍 속 다이어리를 보고 있자니 지난 11년의 직장 생활 속에서 남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리 좀 했다고, 별노무 생각을 다하고 있네,,,)


그래도 충주라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학 시절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나란 놈이 다른 건 몰라도 인복은 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신에게 감사한다. 





이틀에 걸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지금은 퇴사한 옆 부서 여직원으로부터 손수 만든 아기 신발을 선물 받았고, 맨날 함께 술먹고 다니는 (요즘은 좀 뜸하지만...)동료로부터 아내가 마트 장보다가 생각나서 샀다는 말과 함께 아기 내복을 선물 받았다. 자랑하는 것이 아니고,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하는 말이다. 이 두 개의 선물이 의미있는 것은 이것을 통해 나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청소하면서 둘러본 다이어리와 뜻밖의 정성어린 선물들....


연초에 받은 기분 좋은 동기 부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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