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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딸에게 쓰는 편지/큰 딸에게

[쑥쑥이에게] #.4 딸아... 각서를 조심하렴...

by Kang.P 201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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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아...

엄마 뱃 속에서 잘 지내고 있니?? 우리 쑥쑥이 벌써 29주 구나...

쑥쑥이가 더 커서 엄마 몸이 무거워지기 전에 태교여행 가야하는데, 지금 대한민국에는 '메르스'라는 역병이 돌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크단다.  



아빠가 좀 답답한 마음이 있어서 오랜만에 글을 쓴다. 



우리 쑥쑥이는 나중에 커서 함부로 각서 쓰는 일이 없도록 해라....







좀 전에 아빠는 큰 목돈을 떠나보냈단다. 그리고 그 돈은 그대로 엄마의 계좌로 입금되었단다. 


결과적으로 술이 웬수인게다. 



아침에 엄마가 카톡으로 동영상을 보냈더라...






잉?? 뭐지?? 하고 열어봤더니, 그 때서야 그게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더구나... 젠장...





동영상 캡쳐



동영상 캡쳐



동영상 속에서 아빠는 내일 중으로(어제 기준) 니 엄마한테 100만원을 입금한다는 취지의 말을 매우 강한 어조로 하고 있더구나... 풀린 눈과 꼬인 혀로 말이다...


어제는 엄마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왔었단다. 저녁 때 술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어, 셋이서 치킨에 소맥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물론 니 엄마는 물로 술을 대신했단다. 그렇게 기분 좋게 취하다 보니, 아빠가 그만 담배를 피워버리고 말았다. 


사실 아빠는 쑥쑥이 생기고 나서 엄마랑 각서 쓴 게 있었단다. 담배를 끊을 것이며, 만에 하나 담배를 피울 경우, 한 대당 10만원씩 엄마에게 주겠다고 한거지. 하지만 말이다... 담배라는 게 그렇게 무 자르듯 단번에 끊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다. 그렇게 끊는 사람도 종종 있긴한데, 그건 아빠와 부류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지. 


그렇게 각서를 썼음에도 아빠는 가끔씩 피웠단다. 그래서 저번에 벌금 40만원을 냈고, 그리고도 야금야금 피웠는데, 니 엄마가 어제 피운 것까지 해서 100만원으로 퉁치자고 하더라고. 맨정신 같았으면 진짜 안피겠다며 빌었을텐데, 술도 취했었고 또 엄마 친구 앞에서 호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지 저런 동영상을 찍어 버렸다... 




아빠는 지금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란다.

어디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 해서 쑥쑥이한테 푸념아닌 푸념을 한다, 네 참...


 

오늘 아빠의 모습을 교훈 삼아 우리 쑥쑥이는 섣불리 각서 쓰는 일이 없기를 아빠는 진심으로 바랄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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