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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0년 9월 인도

출정전야

by Kang.P 201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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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간, 2010년 9월 2일 새벽 1시 23분.
깊은 밤에 홀로 사무실에 앉아 있다. 이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며, 일을 하기 위해 나온 것도 아니다. 단지, 출발을 위해 나온 것. 지금으로부터 약 2시간 후 인천공항을 향해 출발을 할 것이고, 약 7시간 뒤에는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을 것이다.
인도로 출장을 간다. 외국을 나가본 경험이라곤 중국, 일본이 전부이며 일을 위해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처음이다. 인도라는 나라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으며, 비행기를 2시간 이상 타 본 적도 없으며, 1시간 이상 시차나는 나라를 가는 것도 처음이다.

처음으로 무언가를 경험할 때는 설렘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공존하게 한다. 하지만 여행이 아닌 출장인 경우에는 설렘보다 두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물론 내가 인도로 정한 것이지만, 지금와서는 왜 그렇게 먼 곳을 택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첫 출장을 축하라도 하는 냥, 7호 태풍 곤파스는 열심히 북상하고 있으며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 즈음에는 강화도 쪽에서 나를 맞이할 듯하다.

이번 해외 출장 아니, 내 생애 첫 해외 출장은 그 준비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나이 서른 셋 먹고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 말 다 했지;;; 참 간사한 것이, 대학 입학 이 후에는 교회에 거의 발도 안 들여놓던 놈이 궁지에 몰리니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려 신에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센 척, 강한 척은 하지만 한 없이 나약한 것이 인간이리라.






같이 가는 후배와 회사를 나와 이것 저것 준비하다가 자그마한 일기장을 두 개 사서 하나는 후배를 주고 하나는 내가 했다. 기록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다. 사람의 기억은 유한하지만, 기록은 무한하다. 오래전 일기장을 꺼내 읽으면 세세한 그 당시의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잊고 있던 당시의 순간과 감정들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도 가끔씩 98년 대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자전거 전국일주하며 썼던 일기장을 꺼내 보면, 글자들 속에서 당시의 기억들이 영사기 돌 듯 눈 앞에 그려진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특별한 상황을 접하게 될 때는 기록을 하려고 노력한다.

일주일 뒤 이 일기장에는 어떤 일들이 기록되어 있을까.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감정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에 좀더 가깝다. 7호 태풍 곤파스는 순순히 정시에 우리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게끔 놔둘까??

회사에서 난 비를 몰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야외 콘서트 같은 경우도 나만 나가면 비가 온다. 한 번이면 우연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두 번, 세 번 그 횟수를 더해 가면서 '내가 나가면 비가 온다'는 하나의 명제가 성립되어 버렸다. 그런 와중에 해외 출장을 가려하니 출국시간에 태풍이 공항 쪽에 온다??

이젠 무섭다;;;


몇 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공간을 통해 인도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언제 업데이트가 된다고는 확답 못하겠다. 출장 갔다와서도 정신없이 바쁠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1시 57분. 이제 1시간 반 후면 인천공항을 향해 떠난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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