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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손바닥만한 수첩

by Kang.P 201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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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저녁에 울리는 전화 벨소리.


후배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하는 의문과 동시에, 

그래 그것 때문일꺼야 하는 이유가 바로 머리에 떠올랐다. 



"여보세요~"

"예, 선배, 전데요...."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에 특집 때문에 인도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3년 전에 인도 출장 경험이 있는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서 전화를 했단다.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줬으면 좋으련만, 3년 이라는 시간의 크기 만큼 당시의 기억도 가물해져 

그 때 어떻게 그 일을 처리했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도 미안하고, 후배도 괜히 미안한 어정쩡한 상황... (가끔 이런 상황이 있다...)


일단 회사에 가서 그 때 자료들을 좀 찾아보고 도움이 될만한 것을 추스려 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모든 자료가 회사에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도 출장 당시 가져갔던 손바닥만한 수첩 겸 일기장 겸 일정표 겸 메모장을 꺼내 들었다. 



그곳에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휘갈겨 쓴 필체의 기록들이 있었다. 







별 생각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니, 조금씩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고 

급기야 첫장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갔다.


뭐랄까. 

마치 기시감이 느껴지는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렇게 읽어갈수록 어렴풋한 기억들이 되살아났고 그것은 점점 구체적인 형상으로 그려져 갔다. 




역시 '기록'은 중요하다. 



이 손바닥만한 수첩 속에는 당시 인도 출장 속에서 느꼈던 

설렘과 좌절, 웃음과 분노, 기대와 실망, 평안과 공포, 기도와 원망, 희망과 절망, 열정과 냉정, 

이성과 감성, 폭염과 폭우, 덕담과 쌍욕이 너무도 생생하게 들어 있었고, 

그 글을 읽고 있는 3년 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지나고 나니 별 것 아닌 일인데 -조금 별 것인 면도 없지 않지만- 

그 때는 왜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냥, 좌절하고 원망하고 분노했을까... 


아마도 그건 

열정 때문이었으리라...







늦은 저녁, 


후배가 건 한 통의 전화 덕에



수첩 속


잊고 지낸 3년 전의 '나'와 조우하였다. 





고 맙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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