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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23년 9월 고성

[고성 아야진 여행] #.5 든해버거와 아야진 방파제

by Kang.P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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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아야진이라는 동네는 골목이 정말 매력적이다. 옛 항구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고 중간중간 보이는 마을 벽화는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미로 같은 골목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하나로마트와 만나고 아야진 해변도 만나고 오미냉면집도 마주하게 되는데, '잉? 골목 한가운데 이런 가게가?' 하는 의문과 함께 '장사는 하는 건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곳이 있었다. 
 
바로 '든해버거'라는 수제버거가게였다.
 

 

 
항구 마을 골목에서 수제버거를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만큼 아야진도 입소문을 타며 여행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는 뜻일 거다. 
 

 
처제가 햄버거를 쐈다. 기본 맛을 느끼고 싶어 든해버거에 손을 들었다(깜박하고 '내가 사겠다'는 말을 못 했다). 수제버거인데다가 주문량도 많다 보니 준비되면 연락할테니 일을 보고 있으라고 했다. 하긴, 여행 마지막 날 오전 시간을 햄버거 가게에서 웨이팅 하며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근처에 있는 소품샵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연락이 없어서 아야진 방파제로 향했다. 길지 않은 방파제가 아담한 항구를 만들고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걷다가 마을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였다. 
 

 
아야진항과 항구 마을 그리고 그 뒤를 병풍처럼 싸고 있는 설악산이라니!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흔히 볼 수 없는 풍경 앞에 아이들을 억지로 세워 놓고 사진을 찍었다(어떻게 해야 육안으로 본 풍경과 느낌을 그대로 사진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색은 많이 바랬지만 아이들이 걷기에 싫증을 느낄 만한 위치에 적절하게 트릭 아트가 있어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방파제에서 먹는 수제버거였다. 2박 3일 여행 전체를 돌아봐도 손꼽을 만한 장면이었다. 물회나 곰칫국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자리에 햄버거가 놓여 있는 상황이지만 의외의 정취가 느껴졌다.
 

 
수제버거는 고기패티가 쉽게 으스러지는 감이 있어서 아이들이 먹기에 다소 불편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드넓은 수평선과 초가을 아침의 시원한 바람, 그 한가운데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우걱우걱 씹어 삼키는 모습이 한 폭의 수묵 담채화 같... 지는 않았지만, 왜 이리도 인상적인 모르겠다.
 

 

 

 
방파제에서 먹는 햄버거를 마지막으로 고성 여행은 끝이 났다.
 
처음으로 장인 장모님 모시고 간 여행이라 의미 있었고, 일정에 쫓기지 않는 느긋한 여정이라 좋았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아야진이라는 동네를 알게 되어 기뻤다.
 
지금은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와 하루하루 일 쳐내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또 다른 여유로운 일탈을 꿈꾸며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틴다. 
 
https://youtu.be/NlXFx0Xc4h8?si=wQoxd2mFGsTbT3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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