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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1차 제균 치료 실패

by Kang.P 2023.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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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만에 충주의료원을 찾았다. 의료진분들의 성스러운 직장을 이리 말하는 건 죄송한 일이지만, 최대한 출입을 삼가고 싶은 곳이 병원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옮긴 건 3달 전에 실시한 헬리코박터 1차 제균 치료 결과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진료 때문이긴 하지만 한주의 정점인 수요일에 휴가를 내고 회사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마냥 싫다고만은 못 하겠다(못한 일들은 나중 문제다).
 

오랜만에 찾은 충주의료원

 
간호사 선생님은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작은 캡슐약과 물을 건네며 헬리코박터균이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약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약을 삼키고 10분이 지난 후 이번에는 3분간 테스트 키트를 불어야 했다. 그리고 테스트 키트는 분석하는 곳(?)으로 보내졌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귀를 틀어막아도 고막을 울리는 옆자리 아주머니의 우렁찬 전화 통화 소리를 경청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가루로 빻을 고추 3Kg은 구하셨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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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안 죽었네요..."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살피던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그렇다. 1차 제균 치료는 실패였다. 나름 약도 잘 챙겨 먹고 2주 동안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는데 실패라니... 아쉽다기보다는 억울했다. 
 
의사 선생님은 바로 2차 치료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 말인 즉 또다시 2주 동안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심하게 들리겠지만 의사 선생님이 한창 2차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을 때, 나는 그 기간 동안 잡혀 있는 술 약속들을 헤아리고 있었다.  
 
1차에 실패하면 내성이 생겨서 2차 제균 치료는 더 강하고 독하게 진행된다고 하던데 맞는 말이었다. 약국에서 약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사십육 년을 살아오면서 하루 네 번 먹는 약 처방은 처음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자기 전.
 


하루 네 번씩, 14일 동안 먹어야 하는 56개의 약들이 약봉지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었는데, 주욱 펼쳐 양끝을 잡고 돌리면 단체줄넘기도 가능할 길이였다. 
 
가야 할 길이고 먹어야 할 약이다. 석 달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 저녁 역시 본격적인 약 복용에 앞서 마지막 음주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어쩔 수 없다.
가야 할 길이고, 먹어야 할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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