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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금전수의 끈질긴 생명력

by Kang.P 202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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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식물을 많이 키워서 쾌적하고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리 애정을 줘도 키우는 족족 죽어 버리기 일쑤다.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집안에 있는 식물이라고는 거실의 금전수가 유일. 4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올 때 누군가 번창하라며 선물한 건데, 미안하게도 그가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희한한 건 우리집을 거쳐간 다른 식물들과 달리 이 녀석은 불사조, 아니 불사식(?)이라도 되는지, 죽었구나 싶으면 새싹이 돋고, 잎이 시들고 가지가 늘어져서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으면 다시금 새순이 올라온다. 
 

 
이렇게 죽다 살다를 반복하다 보니 여느 금전수처럼 잎이 풍성하지 못하고 볼품없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건, 최근에도 이별을 준비했는데 어김없이 새순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장사한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처럼 연둣빛 새순을 싹 틔운 이 신비한 생명체를 어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다 보니 남다른 애정이 생겼고 이젠 소중한 반려식물이 되었다. 끈질긴 생명력이 경이롭고 신비하다. 비 오는 날이면 (주로 아내가 하지만) 테라스에 내놓고 흠뻑 비를 먹인다. 그럴 때면 기존 줄기와 이파리는 변함없지만 새로 머리를 내민 새순은 몰라보게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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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듯하면서도 다시금 싹을 틔워 생명을 이어가는 금전수에게서 위로와 치유를 받는 기분이다. 그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 닮았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더 살피고 챙기게 되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만의 하나 금전수가 죽게 된다면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동물의 죽음과 같은 상실감과 좌절을 느낄 것 같다(그러니 오래오래 함께 살아야 한다. 금전수, 너 말이다). 
 
오후에는 친한 선배의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상갓집에 다녀와야 한다. 이별의 슬픔이 얼마나 클까. 그럼에도 깊은 애도의 시간을 보낸 후에는 툭툭 털고 일어나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새순을 틔우는 금전수처럼 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침에는 흐리더니 지금은 또 해가 쨍쨍하다. 오랜만에 금전수에게 광합성을 시켜줬다. 
 

 
금전수 너처럼, 나도 좌절의 시기마다 이를 극복하고 연둣빛 새순을 틔우도록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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