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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23년 여름휴가와 Oldies but Goodies

by Kang.P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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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부터 3일 동안 연차 휴가를 냈다. 실질적인 올해의 여름휴가인 것인데, 가족과의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보냈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아내의 단기 알바로 인해 주중에 놀러 가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었고 오히려 방학에 들어간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또한 이때다 싶게 고장난 에어컨 덕분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었다(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기 전 날, 오랜만에 친한 형과 함께 조촐한 전야제를 가졌다. 불과 2주 전에 봤음에도 오랜만이라고 하는 건, 그때는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형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족발과 보쌈 세트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았다. 계약이 성사되거나 금전적 이익이 생기거나 막혔던 문제를 해결할 묘수를 전수받은 것도 아닌데 그냥 좋았다. 세상에는 얼굴 맞대고 술잔 기울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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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급하게 상경해서 만났던 대학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과 있을 때면 지긋지긋한 가면을 벗고 화장마저 지워버린, 민낯의 나와 만날 수 있다.    


누구의 남편도, 두 딸의 아빠도, 회사에서의 부장도 아닌 본연의 내 모습과 말이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 오래됐지만 그래서 더 숙성된,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행복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머지 (언제나 그랬듯) 충주행 막차표를 버리고 다음날 첫차로 내려왔다. 

시간이 지나면 음식은 상하고 옷은 해지고 피부는 푸석해지겠지만 그럼에도 오래될수록 좋은 게 있다. 이상하게도 그런 게 있다.

휴가 기간에 맞춰 지난한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되었다. 매년 그랬듯 올해도 어김없이 테라스에 수영장을 꾸렸다.


집밖을 나가는 게 엄두가 안 나는 폭염 속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신나게 노는 두 딸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말이다.
 
그렇게 5일간의 휴가가 끝나간다. 내일부터는 다시금 출근을 할 것이고 여러 가지 문제들로 연락하고 협의하며 부탁하곤 할 것이다. 출근을 앞두고 이런저런 걱정들이 슬금슬금 올라오지만, '꼭 일 못하는 사람이 일할 때 놀 생각하고, 놀 때 일 걱정한다'는 말에 대한 굳센 믿음으로 애써 눌러 버린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다들 건강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휴가 기간에 좀비게임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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