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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생애 첫 졸업을 축하하며

by Kang.P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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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큰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했다.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졸업식을 기록할 요량으로 휴가를 냈고 카메라를 챙겨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부모인 우리가 긴장을 한 탓인지 의도한 건 아닌데 제일 먼저 도착했다. 시간이 지나자 손에 꽃다발을 든 부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마당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과 포토월이 설치되어 있었고 왼편에는 아이들의 졸업사진으로 장식한 아치형 조형물이 있었다. 몇몇 아는 엄마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창문 너머로 졸업 가운을 입은 아이들이 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학부모 참관 없이 아이들과 선생님만 교실에 모여서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40여 명의 아이들이 같은 가운과 모자를 쓰고 앉아 병아리 같은 목소리로 '이제 우리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는데, 창문 너머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콧등이 시큰해 왔다. 

 

식을 마친 아이들이 한 명씩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꽃다발을 전달하고 껴안으며 축하한다고 전했다. 딸은 좋으면서도 부끄러운 표정으로 엄마 아빠의 축하를 즐기는 듯했다. 포토월에서 가족,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둘째 딸도 챙겨서 중국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중국집 싫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졸업식 날에는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아빠의 확고한 철학(이라 쓰고 고집이라 읽는다)에 못 이긴 척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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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큰 딸아이의 졸업식과 뒤풀이를 마쳤다. 아이에게 졸업은 어떤 의미였을까. 우는 아이들도 몇 명 눈에 띄었지만 이 녀석은 졸업 선물로 받은 케리어 가방과 풍선 때문인지 마냥 신나 보였다. 

 

오히려 기분이 이상한 건 나였다. 지 몸집보다 큰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에 첫 등원하던 세 살짜리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한데 벌써 졸업을 하고 초등학생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아쉬움이 뒤섞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건 당연한 이치임에도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는데 아이는 너무 빨리 커 간다. 귀찮을 수 있지만 유튜브에 아이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도 이런 아쉬움의 발로일 것이다.

 

이면에는 본격적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또래 집단과 생활하게 될 아이에 대한 걱정도 있다. 부끄럼 많고 소심한 아이가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또래 집단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반목들을 잘 해쳐나갈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우려다. 

 

걱정은 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 스스로 해쳐가야 할 부분이다. 때로는 속상하고 생채기도 생기겠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조력자 혹은 조언자의 역할 뿐이다. 해결사를 자처하며 부모가 너무 나선다면 이는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더 많은 대화와 접촉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때로는 화풀이 상대가 될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우리 큰 딸, 졸업을 축하하고 새롭게 시작할 초등학교 생활도 지금처럼 즐기면서 이어가길 바랄게. 우리 딸 사랑해. 

 

 

큰 딸의 생애 첫 졸업식 영상 보러가기

 

[youtube] 큰 딸의 생애 첫 졸업식

큰 딸이 생애 첫 졸업을 했다. https://youtu.be/C3ZzpZCDsUk

kangp.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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