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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충주행 시외버스 막차

by Kang.P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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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로 출근한 지 3주만에 처음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충주로 향한다. 운좋게도 그동안 일이 늦게 끝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못 타는 날이면 누군가의 차를 얻어타고 충주로 오거나 역까지 태워다 줘서 기차를 이용했었다.

기차가 시간도 덜 걸리고 운치도 있어 좋은데, 청주역이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역까지 이동하는데 시간과 돈이 더 든다. 때때로 이렇게 버스를 이용해야 할텐데 1시간 반의 이동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이 글 역시 그 일환이다).

사실 어제도 충주로 넘어가지 못했다. 청주로 이사한 후배의 집들이 자리가 그 이유였는데 오랜만에 (방역수칙 준수하며) 많은 이야기 나누고 유쾌한 자리였다.

문제는 오늘이었다. 신은 언제나 전날 술자리의 즐거움만큼 다음날 숙취의 고통을 내려주시며 세상에 공짜는 없음을 깨닫게 하신다.

즉 지금 나는 무척 피곤한 상태로 우등버스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육신의 피로로 인해 금방 잠들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더 또렸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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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운데 다음 날의 기분은 정 반대다. 숙취로 인한 피로감도 한 몫 하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삶에 대한 자세가 염세적으로 돌변한다. 일에 대한 회의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나아가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마저 커진다.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다. 아마도 이런 감정은 자존감과 닿아있는 것 같다. 자존감이라는 게 그날의 감정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리는데, 요즘 전반적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 건 부정할 수 없다.

 

당분간 여럿이 함께하는 술자리를 피할 생각이다. 이런 심리 상태로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잔 기울이는 행위들이 큰 의미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7시 반 충주행 막차는 밤 9시가 돼서야 충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거리가 훨씬 먼 서울에서 내려오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이렇게 또 40대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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