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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백신 접종

by Kang.P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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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원래 9월 18일이 접종 예약일인데 지인의 도움으로 빨리 맞을 수 있었다. 맞아야지 맞아야지 했는데 막상 그날이 오니 긴장되었다.

겁 많은 쫄보이인 나는 어릴 적부터 주사 맞는 것을 엄청 무서워했다(그리고 이를 큰 딸에게 그대로 물려주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민학교 시절, 그때는 보건소에서 예방주사를 놓으러 학교로 직접 찾아왔었다. 그리곤 아이들을 줄 세워 주사를 놓기 시작하는데 줄을 서 있다가도 내 차례가 다가오면 다시 뒤로 돌아가곤 했을 정도로 주사를 겁냈다.


그런 이유로 유독 병원에만 오면 온순해지고 순종적이 된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간호사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하고 긴장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이곳 베로니카신경외과는 백신 접종 때문에 처음 오게 됐는데 모든 분들이 친절했다.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아내가 기록으로 남겼다.


서류를 작성한 후 진료실 앞에 앉아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을 기다렸다. 함께 와 준 아내에게 고마웠다. 아내는 긴장한 내 모습이 생소하고 재미있었는지 연신 사진을 찍어대며 이야기했다.

"큰 딸이 딱 아빠 닮았구먼"

방송에서 내 이름이 나왔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활기찬 목소리의 의사 선생님은 자신도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안 아팠다며 나를 안심시키고는 이것저것 물었다. 상담을 정리할 때 즈음 선생님은 백신 맞고 5일 동안은 술을 먹지 말라는 명령조의 당부를 했고, 나는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의사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소리쳤다.

"그렇게나 오래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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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주 명령이 사형 선고처럼 느껴졌지만 난 쫄보이기에 금세 이성을 찾고 알겠다며 순응했다.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니 주사실로 안내했다. 주사실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라고 쓰여진 두 개의 박스가 놓여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오늘 내가 맞을 백신은 화이자이며 백신 접종 후 유의 사항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특히, 그럴 일을 없겠지만 혹시라도 숨을 못 쉬겠거나 앞이 안 보이는 등의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없이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들을 때는 애써 유지했던 평정심이 무너지며 밖으로 뛰쳐나갈 뻔했다.

어깨를 알콜로 소독한 후 "따끔합니다"라는 말이 끝나자 주사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왔고 짜릿한 통증과 함께 마침내 화이자 백신이 내 몸속에 퍼져갔다. 일반 주사와 달리 그 옛날 불주사 맞았던 위치에 주사해서 그런지 통증이 좀 있었다.

그렇게 역사적인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백신에 대한 체내 반응으로 인해 발열, 몸살, 무기력증 등이 생길 수 있고 이럴 경우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제를 먹으라고 했다. 젊고 건강할수록 백신에 대한 체내 반응이 활발해서 더 아플 수 있단다. 적어도 백신 반응에 있어서는 '아프니까 청춘'이었다.

'백신 맞고 아프면 청춘이다'라는 명제가 참이면 대우인 '청춘이 아니면 아프지 않다' 역시 참일텐데,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아쉽게도 나에겐 아무런 통증이 없다. 아프지 않다. 심지어 대부분이 고통을 호소하는 주사 맞은 부위조차 큰 통증이 없다... 백신 맞기 전에는 열나거나 아프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막상 아무런 통증과 증상이 없으니 이 또한 서운하다.

아프니까 청춘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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