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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딸에게 쓰는 편지/둘째 딸에게

[축복이에게] #.7 어린이집 가는 날

by Kang.P 2019.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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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둘째 딸 축복아. 오늘은 네가 태어난 지 19개월 1일 차 되는 날임과 동시에 어린이집에 첫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날이란다. 언니와 같은 어린이집이라 안심되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 말도 못 하는 어린 너를 막상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마음 한구석이 짠하더라.


물론 네 언니도 이맘때 어린이집에 갔다만, 이제는 5살이 된 언니와 비교하게 되어서 인지 더 어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오늘은 첫날이라 아빠도 반차를 내고 너의 첫 등원과 함께 했어. 네 언니와 너의 교실이 다른 층이라 엄마 혼자 둘을 돌볼 수 없어서 아빠는 언니 수업과 함께 했단다. 음... 이건 비밀인데, 네 언니도 엄청 긴장했더라. 근데 아빠는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아. 아빠도 커 오면서 새로운 공간과 만남을 접할 때면 자기방어가 강해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소극적인 사람이었거든(그 피가 어디로 갔겠니).


처음으로 또래 집단과 함께 하는 사회생활이 어색하고, 시도 때도 없이 엄마 생각에 눈물 흘리겠지만, 이 또한 커가는 과정이라 생각하자, 우리.

돌이켜 보면 너는 잔병치레가 많았어. 최근에는 설소대가 짧아 나중에 발음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듣고, 아빠 엄마가 놀랐단다. 수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린 좀 더 지켜보기로 했어. 아직 말을 하는 상황도 아니고, 자라면서 바뀌기도 한다더라고.

아빠는 우리 딸이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어. 많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아빠가 많이 만들게. 그러니까 지금처럼 해맑은 웃음 잃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자, 알겠지??


요즘은 언니와도 잘 지내서 아빠는 정말 보기 좋고 뿌듯하단다. 물론 가끔 언니와 싸울 때면 아빠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 커지기도 해. 무조건 언니니까 동생한테 양보하라고 할 수도 없고, 언니 것(대부분이 언니 것이다.) 왜 뺐냐며 너만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 나중에 너도 자식을 낳아보면 알겠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건 참 어려운 것이란다.

본격적으로 내일부터 네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네 언니도 걸었던 길이고(사실 언니도 어린이집이 바뀌어서 또다시 적응의 시간을 보내야 한단다. 어쩌면 그게 더 힘들 수도 있어), 다른 친구들도 똑같은 상황이니까 너만 힘든 건 아닐 거야.


엄마는 그럴 필요없다고 했지만, 퇴근길에 어린이집 첫등원을 축하하는 의미로 작은 케익을 하나 샀다. 


역시나 너답게 먹더구나...ㅋ 

우리 둘째 딸, 축복이가 사회로 내딛는 첫걸음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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