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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독서

[책]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by Kang.P 2018.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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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발길을 끊었던 충주시립도서관을 다시 찾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9년 후인 2018년 8월부터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7권의 책을 빌려 읽었는데(자랑할 만한 독서량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전부 최민석 작가의 책이었다. 전후 관계를 좀더 정확히 하자면, 자주 찾는 김민식 피디님의 블로그에서 최민석 작가의 책에 관한 글을 봤고, 그 책을 읽고 싶어서 9년 만에 다시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인세에 도움이 안 돼 죄송합니다, 최 작가님).

 

최민석 작가님의 글은 유쾌하다. 유머도 유머지만, 특유의 B급 정서와 찌질함에서 남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다(사실 소설도 읽다 보면, 이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분간이 안될 때가 많다). 지난주에는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라는 책을 빌렸다. 결과적으로 최 작가님의 첫 에세이집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된 것이다. 

 

 

 

책의 내용은 월드비전에서 일하면서 1년 간 후원국의 아이들과 만나며 경험한 것을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도 최 작가님 특유의 유머 코드가 있었지만,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중함과 인간애가 녹아 있었다. 물론 책의 목적이 월드비전의 활동을 알리고, 후원국의 아이들의 삶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후원 등의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그 목적성을 넘어서는 작가의 진심이 전해졌다.

 

일하는 중에 짬짬이 읽으며, 혼자 눈시울 붉히길 여러 번이었고, 깊은 한숨과 함께 다음 장을 못 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작가님이 묘사한 아이들의 안타까운 모습도 이유였지만, 더 큰 이유는 이런 현실을 간과하며 지낸 나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이었다. 

 

지금은 그리 열심이지 않지만, 나의 학창 시절은 교회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모태 신앙이기에 어려서는 아무 생각 없이 엄마가 가라기에 갔지만, 머리털이 굵어지면서 신앙과 교회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그런 고민 끝에,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씀이 내 신앙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라 결론지었다. 그리하여 대학 시절에도 조금이나마 이 문장을 실천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책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신앙 고백(?)을 하고 있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정리하자면, 반복되는 일상과 가장의 무게에 억눌린 나머지 어딘가에 묻혀버린 내 삶의 명제를, 이 책이 다시금 끄집어 내주었다.

 

2년 전 의료봉사팀과 함께 캄보디아에 다녀온 후, 플랜코리아를 통해 아동 후원을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둘째가 태어났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둘째는 여태껏 적금을 넣어주지 못하고 있다(큰 딸은 태어나자마자 적금을 시작했다). 이게 계속 마음에 걸린 나머지, 후원을 그만하고 그 돈으로 둘째 적금을 넣어주는 쪽으로 아내와 이야기를 했는데, 이 책은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 아팠고, 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는 따뜻함을 느꼈다. 아울러 내 모습을 반추하며, 반성과 함께 플랜코리아 아동 후원은 계속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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