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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독서

[책]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 & 기획자의 습관

by Kang.P 2019.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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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폭우처럼 업무가 쏟아지다가도 태풍의 눈 속 청명한 하늘과 같은, 예상치 못한 망중한이 생길 때가 있다(물론 이런 망중한은 대부분 더 큰 폭풍 전의 고요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요 며칠 내가 그렇다. 출근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뭘 하며 오랜만에 주어진 축복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최민석 작가님의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와 최장순 대표님의 '기획자의 습관'.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제목 참 길다. 이하 눈물의 대서사시)는 절판되었다가 2017년에 '꽈배기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개정, 출판되었다. 이미 '꽈배기의 맛'을 읽었지만,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눈물의 대서사시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이로써 최민석 작가님의 책 중 8권을 (작가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최장순 대표님의 '기획자의 습관'은 평소 자주 찾아가는 김민식 피디님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관심이 있어 메모해 뒀었고 이번에 대출이 가능하길래 바로 빌려왔다. 현업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간 책이라 이해하기 쉬었지만, 때론 묵직한 무게감(?)도 느껴졌다. 알고 보니 최 대표님은 기호학과 언어학, 철학을 전공하면서 많은 사유를 하신 분이었고, 이런 사유의 흔적이 글 속에 녹아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유머와 위트 있는 문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독서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두 책은 각기 다른 이유로 골랐다. 

 

애정 하는 최민석 작가님의 '눈물의 대서사시'는 부담 없이 읽으며 웃고, 위로받고 싶어서였다. 최 작가님 특유의 유머 코드가 좋고,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B급 정서 역시 나의 그것과 유사하다. 이런 이유로, 최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코드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글이 한없이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방방 떠다니면서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가끔) 의표를 찌르는 무언가가 있다. 이 역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난 훌륭한 사람이야.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봐. 내가 너희에게 교훈을 줄게'라는 투의 권위적인 책들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책장도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난 최 작가님의 화법을 좋아한다. 

 

기획자의 습관을 고른 이유는 음... 뭐랄까, 어떤 간절함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약간 결이 다르긴 하지만, 나 역시 기획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게 힘들어졌다(마흔이 넘어버린 나이를 탓하자니, 참신한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선배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래서 방법론적인 고민을 하던 중 이 책을 찾은 것이다. 

 

기획자의 습관이라는 책은 도움이 많이 됐다. 책장을 덮자마자 머리가 비상해지면서, 아이디어가 넘쳐흘렀고 수십 장의 기획안을 작성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 상황과 마주하며 기록하고 정리하여야 할지를 알려주었고, 쉽게 지나쳤던 것들에 다시금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 줬다. 이것을 어떻게 나의 일상에 적용하고 실천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두 책 모두 각기 다른 욕구를 잘 충족시켜 줬다(돌아서면 내용을 잊어버리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도서관을 향했다. 책을 반납하고 서가를 둘러보는데, 어라? 그동안 계속 대출 중이라 빌릴 수 없었던 바로 그 책이, 떡하니 책장에 꽂혀있는 게 아닌가. 얼른 책을 꺼내 기분 좋게 도서관을 나왔다.

 

 

 

 

최민석 작가님의 '고민과 소설가'.

 

이로써 최민석 작가님의 아홉 번째 책을 (다시 한 번 작가님께 정말 죄송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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