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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1년 8월 시드니

[호주여행] prologue

by Kang.P 2011.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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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이 왔다.
여권 이름과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계약금을 계좌 이체하라는 메일...
음... 추상적이었던 여행계획이 구체화되는 순간이다.
올여름은 '호주'다...
이렇게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규일 형의 역할이 컸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가격 비교하고 해서 확정한 것이다. 내가 한 것이라곤, 채찍과 당근으로 형을 독려한 정도??ㅋ

강규일.
이냥반과 휴가 때마다 여행을 함께 한지도 언 5년이 되어간다. 돌이켜 보면 여권이라는 것을 만들어 준 것도 이 사람이었다.
최초의 해외여행 계획은 사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이었다.
대학 졸업하기 전에 배낭여행 한 번 해 보자는 취지로 규일형과 의기투합했었다. 이런 계획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주말마다 웨딩촬영 알바를 하고 있었고, 토 일 이틀 열심히 하면 짭짤한 금액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돈을 부지런히 모으면 배낭여행 갈 정도의 돈은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가 더욱 중요한 법.
일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현금으로 지갑을 채우고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누굴 불러서 뭘 먹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이었다.


당시 4학년 졸업반. 취업에 대한 중압감은 컸지만, 취업이 정말 쉽지 않았던 2003년이었다.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고 있는 동병상련의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내라며 맛있는 저녁을 사주고 싶었던 게 당시의 마음이었다. 오지랖;;;

그런 생활의 연속에 돈은 쉽게 모이지 않았고, 여권을 만들기로 한 날 역시 규일형이 자는 사람을 깨우다시피 해서 끌고 노원구청 가서 만들어 줬다. 당시 3만 얼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돈 역시 형이 빌려줬었다.

 

 

 

우여곡절 끝에 여권은 만들었다만, 배낭여행을 갈 돈은 없었다. 하여 우리는 여름방학에서 겨울방학으로 일정을 미루었고 그 해 겨울, 선배차 빌려서 스키장 간다고 까불다가 고속도로에서 6충 추돌 사고가 났으며 차를 빌려준 형은 보험 갱신을 안 한 것을 모른 상태에서 빌려줬었기에 우리는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었던, 아주 그지 같은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물론 이 사고에도 귤형은 함께 했었다;;;-

 

보험이 안되니, 직접 앞 차 운전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가 합의서에 도장을 받기 위해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적인 꼴을 당해야 했고, 앞 차와 빌린 형 차 수리를 위해 300~400만 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를 받은 뒤차로부터 보험처리를 받았기에 이 정도 금액으로 끝날 수 있었다.

학생에게 300이 넘는 돈은 상당히 큰 금액이었고, 여기 저기 돈 빌리기 위해 전화를 해야 했다. 정말 못 할 짓이었다. 전화 한 통을 하기 위해 줄 담배를 피워야 했었다. 그래서 그때 당시 선 듯 돈을 빌려 준 재원형에게 감사하다. 죽을 때까지 가져갈 고마움이고, 결초보은 할 것이다.

이렇게 어수선한 겨울 속에서 배낭여행은 물 건너 갔고, 이듬해인 2004년. 우리는 졸업을 했다.
그리고 졸업하고 정확하게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나는 백수대오에 합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2003년에 만든 여권으로 그로부터 3년 후인 2006년이 되어서야 첫 스탬프를 찍게 되었다. 
규일 형과 함께 인기가 있는 상해로 첫 해외여행을 간 것. 무엇이든 처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기 나름이다. 다행히 현지에 인기가 있었기에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7년 여름에는 일본으로 형과 함께 휴가를 갔고, 2008년에는 국내를 한 바퀴 돌았다.

2007년 여름 일본여행

2008년 국내 여행


그렇게 동아시아 3국만을 다니다가 올해, 드디어 좀 더 먼 곳으로 계획을 잡았다. 처음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는 정말 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계약금 지불만을 남기고 있는 지금은 슬슬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직 한 달 넘는 시간이 남아 있지만, 좀 더 일찍 준비해서 후회 없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규일형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늦어도 내년에는 귤형이 결혼을 계획하고 있고, 결혼을 하게 되면 이런 멤버로 휴가를 보낼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 나 같아도 이렇게는 여행 안 간다;;;-
하여, 난 이번 여행을 '이별여행'으로 규정한다...ㅋ

부디 돌아와서 다시금 여행기를 쓸 때는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지길....
영화 '낮술'의 해외판이 되어도 난 좋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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