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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38분 간의 전화 통화

by Kang.P 2016.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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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덧 2016년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 시간 정말 빨리 가는구나...


계산을 해보니 크리스마스 장식할 시간이 오늘 밖에 없을 것 같아서 오전에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고 성충문구로 향했다. 충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구사가 성충문구가 아닐까 싶다. 연애하던 시절 아내가 사 준 트리가 있기에 반짝이 전구와 장신구만 몇 개 샀다. 





단출하지만, 밤에 불꺼놓고 보면 나름 분위기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뭐...


아내는 딸 데리고 오랜만에 옛 회사 동료들 만나러 갔고, 난 집 지키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문득 지난 목요일 밤 친구놈과의 전화 통화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녀석과 30분이 넘는 긴 통화를 했다. 

2005년에 충주로 내려오고부터 이 녀석과의 전화 통화는 점점 길어졌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답답함을 녀석과 통화하면서 풀어 갔었다. 마치 연인처럼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하소연하고 술주정하고 위로하고 공감하곤 했었는데, 결혼을 하게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둘 다 각자의 삶으로 한걸음씩 더 들어갔고, 예전과 같은 통화는 시나브로 줄어갔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녀석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퇴근하고 저녁 겸 한 잔하고 생각나서 전화했다는 녀석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능력 인정받던 회사 그만두고 작년에 자기 사업을 시작한 친구 녀석은 요즘 많이 힘들어 하는 듯 했다. 현실과 부딪치면서 처음 시작할 때의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보였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부담감도 점점 커가는 것 같았다. 월급이라는 고정된 수입이 있는 직장인의 내 모습이 지금의 친구녀석에게는 가장 부러운 부분일 수도 있겠다.


녀석은 술기운을 빌어 요즘의 답답한 속내를 쏟아 냈다. 무언가 조언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 쪽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불가능했다. 할 수 있는 건 내 깜냥 안에서 던진 몇 개의 질문과 녀석이 한숨 쉴 때 같은 한숨 쉬어주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녀석은 그렇게 한바탕 이야길 하고 나더니 답답했던 속이 좀 풀렸다며 후련해 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 답답할 때 전화해서 푸념하고 싶은 사람에 나도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물론 이 친구 역시 나에게 그런 존재임은 두 말할 나위 없지만 말이다.


안되겠다.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 즈음에 날 잡아서 집안 식구들 데리고 함 올라가야 겠다. 오랜만에 술 한 잔 기울이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어야지...

(그럴려면 다리가 얼른 나아야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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