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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한라봉은 사랑을 싣고...

by Kang.P 2015.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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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잉~~ 지이이이잉~~"

 

064-762-XXXX

 

두번째 전화 진동이 울린다.

 

이게 도대체 어디 지역번호지??

 

요즘 하도 보이스피싱 및 광고성 전화가 많다보니, 모르거나 저장되지 않은 번호는 여간해서는 받지 않는다.

나만 유난스럽게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그러지 않나?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전화가 끊어질 즈음 통화버튼을 눌렀다. 물론 오른손 검지는 통화종료 버튼 위에 스탠바이하고 있었다. 

 

지역번호 064는 제주도였고, 통화내용은 택배를 관리사무소에 맡겨놨으니,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택배 올 곳이 없는데 뭐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업무 중이라 금방 잊고 일에 집중했다.  

 

 

 


 

 

 

주차를 하고, 현관으로 들어가려다가 낮에 받은 전화통화의 내용이 기억 났다.

발을 돌려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택배 박스들 속에서 내 이름을 찾아 뒤적거린다.

 

그러다 마침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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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내용물은 다름 아닌, 제주산 한라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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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보내는 이에는 한라봉 농장과 주인의 이름만 있을 뿐, 택배용지에는 누가 어떤 이유로 보낸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 때, 문득 떠오른 생각...

 

며칠 전 대학 동기인 (새내기 시절, 본인이 자기 입으로 '채림'을 닮았다며 망언을 하고 다녔고, 차마 '채'를 붙이지는 못하고, 우리는 이 친구를 그냥 '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과의 카톡 내용이 기억났다.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고, 왜 그러냐는 질문에 며칠 후에 택배가 하나 갈 것이니 잘 챙기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역시나 림이 보낸 것이었다.

 

자기가 먹어보니 맛있었다며, 임신한 내 아내 챙겨주라며 보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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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감동적인 녀석이 다 있단 말인가...

 

나는 림 임신했을 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는데

(하긴, 이 친구는 혼수를 만들어서 결혼을 했으니, 내가 몰랐을 수도... 그래도,,,)

이렇게 챙겨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사실 안 그래도 며칠 전부터 학창시절 사람들 생각이 났다. 

어제는 월남쌈 샤브샤브를 먹는데, 갑자기 베트남에 가 있는 93학번 선배형이 생각나며 그리워졌다.

한 때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가족만큼 같이 생활했던 선배와 동기, 후배들이었다. 

 

그러나 각자의 전문 분야로 취업하고, 특히 나같은 경우는 충주라는 동네로 떨어져 나오고 하다보니 학창시절처럼 보고 싶다고 볼 수 없었고, 같이 한 잔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연차가 올라가면서 각자의 삶이 직장과 일 위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다가, 문득 문득 사람(일을 공유하는 직장동료가 아닌)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나에겐 요즘이 그런 시기인 것 같다.

 

 

 

 

 

 

림이 보내 준 제주산 한라봉을 바라보며, 감사한 마음과 함께

조만간 여럿이 만나, 방전된 사람 냄새를  충전해야겠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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