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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3년 3월 대천_전주

# 1. 국도 타고 대천으로

by Kang.P 201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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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휴 이 후, 처음으로 찾아온 3일 연휴.

우선 삼일절의 의미를 가슴 깊이 되새기고, 오랜만의 연휴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서해바다를 보러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1박은 대천에서, 2박은 전주에서 하기로 정하고,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대천까지 가는 여러 길을 검색해 봤다. 


내 친 김에 이번 여행은 국도를 타고 돌아보기로 정했다. 고속도로가 국도보다 시간은 덜 걸렸으나, 거리는 30km 이상 더 멀었다. 고속도로의 빠름이 좋긴 하겠지만, 국도를 타고 가며 어느덧 다가온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느림의 매력을 느끼고 싶었다. 





 

 



운전 하느라 가는 길의 풍경을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편도 1차선의 꼬불꼬불한 길, 때로는 넓게 뚫린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 풍경(충주도 시골이지만,,,)과 봄을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부지런한 움직임 속에서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10시 조금 넘어서 출발하여 중간에 연기군 근처의 조그마한 시골 중국집에서 짜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그렇게 이정표 따라 가다보니, 약 오후 3시 즈음 되었을 때,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iphone5 파노라마






정말 오랜만이다. 낮에 서해바다를 보는 것이... 


첫 느낌은...

역시 서해바다는 동해보다 물이 지저분하다는 것,,,


오랜만의 여행을 질투하도 하는 냥, 날씨도 도와주지 않아 목요일에 비가 오더니 연휴 첫날인 3월 1일부터 꽃샘추위가 시작되었다. 

특히 바닷가 쪽이라 바람이 상상을 초월했다. 장갑을 준비하지 않은 난, 사진 찍다가 손가락 짤려 나가는 줄 알았다.



여느 바닷가가 그렇 듯이, 이곳에도 굶주린 갈매기들과 그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강력한 바람에 비행을 힘들어하면서도 새우깡에 대한 그들의 집념은 대단했다. 

덕분에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었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모습이 있었다. 


 

 




 


 




 

 


무심코 지나쳤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갈매기 무리들 속에 비둘기 몇 마리가 섞여 사람들이 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고 있었다.


얼핏보면 아름다운 공생처럼 보이는데, 시간을 두고 지켜보니 이들을 향한 갈매기들의 텃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쪼고, 깨물고, 소리치고... 

그런 억압에 잠깐 자리를 피했다간, 또 어느새 사람들 주변, 갈매기 틈에 파고 들어 새우깡 쟁취를 위한 힘겨운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비둘기에게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 사는 거나 동물의 생태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짧은 한 숨이 나왔다. 


 


 





4시간을 차를 몰고 달려온 대천해수욕장이었건만, 꽃샘추위와 살을 애는 듯한 바람은, 바다의 낭만을 즐길 여유보다는 살아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를 먼저 생각하게 했다. 

결국 약 10분 정도 백사장을 방황하다 도망치 듯 근처 커피숍으로 숨어들었다. 


 





 

 


창가 자리를 찾아봤으나, 이미 선험자(?)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었다. 

손가락에는 감각이 없었고, 온기가 느껴지니 슬슬 아려왔다. 

아메리카노를 시켜 그것으로 손을 녹이며 카피숍을 둘러봤다.

 

맥주 병을 놓고 왁자지껄 떠드는 아주머니들, 그윽한 눈빛으로 서로를 보라보며 사랑의 밀어를 주고 받는 연인들,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도 다정해 보이는 두 명의 여자...

인상 쓰며 몇 마디 던지더니 계산하고 나가는 여자와 한숨 쉬며 그 뒤를 쫒아가는 남자... 


자그마한 커피숍 안에서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 바다를 보자고 이렇게 멀리 달려 온 걸까.

꼭 '바다'를 보기 위한 게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익숙하지 않음이 주는 새로움, 설렘, 뭐 그런 걸 바랐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지 않은가.




몸을 어느 정도 녹이고 뭘할까 고민하며 둘러보니, 찜질방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몸에 있는 노폐물, 독소를 빼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여기까지 와서 웬 찜질방??'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몸은 찜질방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약 1시간 남짓 찜질을 즐기고 숙소를 잡고, 저녁 먹을 곳을 탐색했다. 

바닷가에 왔으면 회를 먹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개인적으로 회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조개구이집을 찾았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해변가로 횟집과 조개구이집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고, 한 사람이라도 더 자기 가게로 들이기 위한 호객행위에 길을 지나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냥 해수욕장 입구 쪽에 위치한 큰 가게로 고민없이 들어갔다. 

조개구이는 불과 조개만 있으면 되지, 다른 비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그러나, 역시 바닷가는 달랐다. 

충주에서도 조개구이를 먹어봤지만, 이렇게 신선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특별히 맛있는 것도, 맛없는 것도 모르고 그냥 적당하면 군소리 안하고 먹는 편인데, 

여긴 정말 맛있었다. 

좀 잔인한 표현이지만, 살아 꿈틀대는 조개를 석쇠에 올려 놓으면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조갯살의 요동이 시각과 미각을 자극했다. 




 


 




 


 




 

 


이런 술 안주가 없었다. 

당연히 술은 술술 넘어갔고, 대화도 무르익고, 빈 병의 갯수는 늘어갔다. 


조개구이로 시작으로 2차를 거쳐 숙소에 와서 3차까지 달렸고, 마지막 3차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다음날 눈을 뜨니, 전 날 과음의 후유증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왔다. 

해장을 해야겠는데, 무엇으로 할지가 고민이었다. 

귀찮은데 짬뽕이나 시켜 먹을지, 짐정리하고 나가서 먹을지를 고민하던 중 창밖으로 '해물뚝배기' 간판이 보였다. 


'저건 뭘까?'하는 호기심과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잘못했다간 해장을 망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싸우기 시작했다. 


 

 







결국, 호기심과 언제 또 저런 걸 먹어보겠냐는 시의성이 이겼다. 

11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는데,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다들 해장하는 사람들이 결론 내리고, 해물뚝배기를 시켰다.  



 

   



내가 생각한 그림은 이게 아니었는데,,,



뚝배기라고 하길래 개인별로 각자 뚝배기로 나오는 줄 알았더니, 합쳐서 마치 해물탕처럼 나왔다. 

 

그러나

맛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된장과 해물이 이렇게 어울릴 수도 있구나 싶었다. 

어휘력이 달려서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못하겠지만, 보기와 달리 칼칼하며 시원했고, 해장으로도 이만한 게 없었다. 첫인상에 실망한 것이 내심 미안해 졌다. 


사람도 음식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금물임을 '해물뚝배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그렇게 해장을 마치고, 차에 짐을 옮겨 싣고, 내비에서 전주를 검색했다. 



전주...


2년 전, 전주국제영화제 보러 친구놈들과 한 번 가 봤었고, 그 전 년도엔 일 때문에 갔던 기억이 난다. 


세번째 찾아가는 전주...


기대와 설렘을 안고, 다시금 국도를 타고 전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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