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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독서

[책] 아무튼, 산

by Kang.P 2023.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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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에세이 시리즈를 접하게 된 건 친구의 책 선물 덕분이었다. 싸이월드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과 함께 제2의 전성기가 오리라 믿고 있던 나에게 친구는 <아무튼, 싸이월드>라는 책을 선물해 줬고 박선희 작가의 글에 손뼉 치며 공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2021.06.18 - [가끔 독서] - [책] 아무튼, 싸이월드

[책] 아무튼, 싸이월드

각별하지만 남세스럽고 애틋하지만 오글대는 그것. 어딘가에 안전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굳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그것.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지만 '딱히' 자주 들여다보

kangp.tistory.com

 
두 번째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산>이 되었다. 이 책은 몇 년 전 우연히 연락이 닿아 SNS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고교 동창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이 친구가 산을 좋아하는 줄 몰랐는데 그의 SNS를 보면 주말마다 산을 찾는 준 산악인이 되어 있었다. 
 
<아무튼, 산> 역시 그 친구의 SNS에서 짧은 독후감으로 접했다. 이미 <아무튼, 싸이월드>를 통해 아무튼 시리즈의 매력을 경험했던 터라 관심이 갔다. 또한 지금은 왕성하게 다니지 못하지만 나 역시 대학 시절부터 등산 소모임 활동을 하며 산의 매력을 조금은 맛보았기에 책의 내용도 궁금해서 주문했다. 
 

 
<아무튼> 시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책의 크기다. 딱 수첩 정도 크기와 두께의 문고본이라 휴대가 좋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 장광설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으니 작가의 글 역시 담백하고 확실하다.
 
<아무튼, 산>은 장보영 작가가 어떻게 산을 좋아하게 되었고 산을 좋아한 나머지 어떤 활동을 하였으며 지금 그녀에게 산은 어떤 의미인지를 써 내려간 에세이다.
 
작가가 처음 산을 접하고 산의 매력을 알게 된 곳은 지리산이다. 나 역시 대학 시절 수차례 지리산 종주를 했지만 작가처럼 그 경험이 히말라야로, 트레일러닝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산에 진심이었다. 
 
진심인 무언가가 있어서 그것을 소재로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진심인 것은 뭐지?' 고민했지만 몇 가지 단어들이 떠올랐다가 비눗방울처럼 사라질 뿐, 자신 있게 집어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마음 한 켠에선 그것을 찾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도 했다. 
 
공감 가는 문구가 나오면 밑줄을 쳐 가며 읽어 내려가는데 순간, 멈칫했다. 이직을 하게 되면서 산과도 트레일러닝과도 멀어지게 되는 상황을 표현한 작가의 문장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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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가만히 두면 저절로 멀어졌다.

 
아...
맞다.
그랬다. 
 
가만히 두면 멀어지는 게 어디 산과 트레일러닝뿐이겠는가. 사람도 그렇다.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건 서로가, 혹은 적어도 둘 중 한 명은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심한 척 안부 묻고 생뚱맞은 이유로 연락하는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기에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평소 가만히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단순히 '인복'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것이 상대방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의 결과였다는 깨달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미안했다.
 
작가는 <아무튼, 산>을 통해 산과의 인연과 의미를 이야기했지만 공교롭게도 그의 글을 읽으며 사람과의 인연과 의미를 헤아리게 되었다. 
 
이렇게 또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다진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책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책과의 만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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