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끔 독서

[책] 다만 잘 지내는 법도 있다는

by Kang.P 2021. 7. 17.
728x90


MBC 전종환 아나운서의 에세이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읽어봐야지 했는데, 친구의 책 리뷰를 읽고는 '어? 이건 날 위한 책인데?' 하며 바로 주문했다.

MBC 최초 대학 재학생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전종환 아나운서는 입사와 동시에 좌절의 연속이었다. 아카데미 등을 통한 사전 교육이 없다 보니 모든 것이 미숙했고 실수의 연발이었으며 갑작스럽게 현장에 투입돼야 할 상황에도 '죄송한데,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라며 진땀을 뺐다.

본인의 삶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들은 대부분이, 과거에 좌절과 절망이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 지금은 다소 높은 위치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식의 플롯이 보편적인데, 이 책은 아나운서와 기자 시절의 실수, 자존감의 부족으로 겪은 여러 일들에 대한 기록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작가는 '나는 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성장했으니, 당신도 잘 극복하고 성공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란 게 항상 이길 수만은 없으며 질 수도 있고 때로는 지는 날들의 연속일 수도 있겠으나, 이기지 못한 것에 좌절하지 말고 (책 제목처럼) 잘 지는 법을 배우자고 이야기한다. 이런 면이 좋았다. 책장을 넘길수록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는 끄덕임과 더불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부분이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작가와 형과 나눈 대화 부분이다.


"네가 독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너무 일찌감치 실패와 포기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도 같아"
"응"
"딱 한 번, 단 한 번 그 성취감을 느끼고 나면 사람이 욕심도 좀 생기고 목표도 좀 단단해지고 그러거든?
잔말 말고 언론사 시험 그거 죽을힘을 다해 한번 매달려봐. 네 사진을 네 맘에 들게끔 한번 증명해봐"
"증명하면 뭐가 달라지나?"
"네가 너를 진짜로 믿게 될 거야"


728x90


마치 나에게 하는 충고 같았다. 요즘 회사 안팎이 어수선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이유일 테다.

모두가 이긴다면 그 승리는 의미가 있을까.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것도 결국은 누군가의 패배를 전제로 한 소수 몇몇의 윈윈 전략인 것이다. 결국 이기고 지는 행위는 항상 우리와 공존할 것이고 지는 행위의 주체가 때로 내가 될 수도 있고, 자주 내가 될 수도 있다. 나만의 '잘 지는 법'은 무엇인가.


반응형

'가끔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인생 (위화)  (0) 2022.04.01
[책] 관종의 조건  (0) 2021.08.31
[책] 어린이라는 세계  (0) 2021.06.23
[책] 아무튼, 싸이월드  (0) 2021.06.18
[책] 휴업과 가을, 그리고 40일간의 남미 일주  (0) 2020.09.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