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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대부도, 사람을 만나다.

by Kang.P 2022.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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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바쁜 나머지, '올여름 휴가는 없겠다' 생각하며 자포자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지인들과 2박 3일 일정(8월 5일~7일)으로 대부도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이번 일정은 (언제나 그랬듯) 뛰어난 추진력을 소유한 친구 녀석의 활약으로 성사될 수 있었는데, 특별히 베트남에 살고 있는 선배 형이 딸과 함께 동참했다.

이 형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나보다 두 학번이 빠른 대학 선배인데 새내기 때부터 (어떤 면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친하다고 하기엔 뭔가 석연찮고, 그렇다고 안 친하다고 하면 한쪽 구석이 서운한... 뭐, 그런 형이다. 이 형의 눈은 배우 톰 크루즈의 그것과 똑같다(이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얼굴의 규모와 눈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요소의 차이로 인해, '톰 크루즈는 눈이 매력이지만, 단지 눈만으로 미남이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교훈을 안겨주는... 뭐, 그런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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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 자가진단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마친 다섯 가족, 열일곱 명의 사람들이 대부도의 한 펜션에 모였다. 사는 곳도 성장 과정도 다른 8명의 아이들이 만난 건데, 애들은 애들인가 보다. 얼마나 잘 놀던지 너무 감사했다(뭔 말인지 알 거다).

2박 3일 동안의 일정은 매우 단순했는데, 아침 먹고 물놀이, 점심 먹고 물놀이, 저녁 먹고 물놀이의 반복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의 체력에 놀랐고, 숫기가 없어서 못 어울릴까 봐 걱정했던 두 딸들도 우려와 달리 잘 어울려 놀았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순하고 착했는데, 그건 아마도 부모의 성품을 닮아서 그럴 게다.

어른들은 저녁이면 당연하다는 듯 술을 마셨다. 베트남에서 온 형은 기분이 좋았는지 이틀 내내 최후의 일인으로 남았는데, 톰 크루즈를 닮은 눈은 더욱 촉촉했고 큰 머리는 가냘픈 목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다. 특별한 고민 상담도 진지한 토론도 없었지만, 무심한 듯 묻는 안부 한마디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대학 시절의 추억들, 그리고 변한 듯 변함없는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 위로를 받는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신에게 감사하며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간다.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술 마시자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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