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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7박 8일 제주

by Kang.P 202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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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7박 8일의 일정으로 제주도로 출발한다. 토끼 같은 아이들과 여우 같은 아내 손을 잡고 코로나로 인해 2년 넘게 참아왔던 가족 여행을 이제야 떠난다,고 자랑하듯 이야기하고 싶지만 현실은... business trip... 출장이다.

혹 ‘아무리 출장이라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그것도 가족과 떨어져 보낸다는 건 (티는 못 내겠지만) 설레는 일 아니냐’며 너의 감정을 숨기지 말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가는 날과 오는 날 빼고는 하루 종일 일정이 빠듯한, 출장일 뿐이다(제주 다녀오고 2주 후에는 보름 일정으로 호주에 가는데, 이 역시 일정 빡빡한 출장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제주도라는 공간이 주는 설렘보다 출장 기간 동안 계획한 것들을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가득하다.

흔히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즐길 수 없다면, 피해라'는 문장이 선행되야 비로소 완벽한 문장이 된다.

즐길 수 없다면 피하는 게 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할 방법이 없다면 어쩌겠는가 즐기는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세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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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고 나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딸들과 떨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말은 아내가 남편 없이 딸 둘과 일주일을 보내는 것도 처음이란 뜻이다. 캄보디아 출장이 한 번 있긴 했는데 이번 제주 일정보다 짧았다. 몇 달씩 국내외로 출장을 다니는 사람들 눈에는 엄살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처럼 익숙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엊그제는 아이들 책상이 왔다. 이제 슬슬 책상이 필요할 때가 된 것 같아 큰돈 들여 얼마 전에 주문한 것이다. 배송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제주 출장 전에 도착했다. 즉, 제주 출장 전에 내 방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신이 났고, 어린 시절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갑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물론, 얼마 가지 않을 것이란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직 의자가 도착하지 않아서 식탁의자로 대신하고 있지만 그래도 먼 길(?) 떠나기 전에 해 주고 가는 기분이라 뿌듯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나 역시 회사에서의 일과 가정에서의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의 삶을 추구한다. 그리고 역시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나 또한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넋 놓고 살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그렇다고 가정에 충실한 것도 아닌 일상을 반복하기 십상인데, 딱 요즘 내 모습이다.

이런 시점에 이번 제주도 출장이 하나의 변곡점이 되길 바란다. 물론 고생이야 하겠지만 17년째 해 오고 있는 이 일의 의미와 가치를 반추하고, 가족과의 물리적 격리를 통해 이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그런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 더 성숙해진 마흔다섯이 되어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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