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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한 통의 전화

by Kang.P 2012.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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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번호로 두 번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오늘 여의도에서 언론노조 결의대회가 있었는데, 그 곳의 확성기 소리로 인해 전화 온 것을 몰랐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이고, 더우기 요즘은 핸드폰 번호로도 스팸 전화가 많이 오는 경향이 있어서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그 번호로 문자가 왔다. 확인해 보니, 00학번 대학교 후배였다. 

페이스 북에 올린 집회참여 포스팅을 보고 서울 올라온 것 같아 안부차 전화를 했단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전화통화가 없었던 터라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반가움과 고마움에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파업에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약 5분 동안의 통화를 마쳤다. (남자들끼리 5분을 통화한 것은 상당히 긴 통화이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 다시금 충주로 향하는데, 후배에게서 온 한 통의 전화는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강의실보다는 주점을, 펜보다는 술 잔을 더 많이 손에 쥐고 생활했던 대학생활. 그 속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배웠던 시절이었다. 취직을 하게 되면서 충주로 내려와야 했고, 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갖게된 난, 일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런 와중에도 초반에는 매주 서울에 올라가서 사람들을 만나곤 했으나, 직장생활의 년 수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가 줄어들었고, 이제는 소수의 사람들과 많이 줄어든 횟수의 만남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언론사 파업에 들어갔고, 유래없이 80일을 넘어 90일을 향해 가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지인들이 여러 채널로 힘내라는 응원과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런 것들이 정말 고맙게 다가왔다. 

오늘, 후배의 전화 한 통도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컸다.
학창시절 친하게 지냈다지만, 8년 가까이 서로 전화 한 통 없이 지내다가 선듯 연락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집회에 참여하기에 앞 서, 여의도 오면 연락하라던 대학 선배 형에게 전화를 해, 잠깐 만나 차 한 잔 했다. 
이제는 1년에 한 두 번 보면 많이 보는 관계지만, 언제 봐도 반갑고 웃음 섞인 대화가 오고 간다. 힘내라며 장난처럼 어깨를 툭툭치는 형의 모습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평소 안부전화 한 통 자주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졌다.  


장기화된 파업 속에서 심리적, 경제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일을 못하는 그 마음이 어찌 편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항상 내 편인 가족들과, 친구들...
평소에는 많이 잊고 지내지만, 이럴 때면 어김없이 여러가지로 위로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대학 선후배들... 


빚을 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더디가도 사람생각해야 하고,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명제를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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