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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0년 10월 베트남

늦여름의 하노이 (2)

by Kang.P 201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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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는 3명의 대학 선배 형들이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살고 있다.
93, 95, 96학번 선배들.

95학번 형들이 하노이를 방문하여 들쑤시고 간 지 불과 몇 주 되지 않아 우리의 방문이 있었고, 우리가 돌아가고 나서는 셋 중 한 형의 부모님이 계모임 여행으로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또 하노이를 찾는다고 한다.

사람들 올 때마다 접대하느라 바쁘다는 형들...ㅋㅋㅋ

처음 계획은 형들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묵으려고 했으나, 한 번 짐을 풀고나니 그 곳이 그냥 베이스켐프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베이스캠프였던 93학번 재원형네 집.
불편함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집이다. 지금 충주에서 내가 사는 곳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형이 정말 고생 많았다. 못난 놈 둘 챙기느라...



베트남에서 여러가지 색다른 경험을 했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최고로 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는 베트남에서 만난 북한 여성들이다.





베트남 한인타운에 위치한 평양관. 북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한정식 집이란다.
가격은 베트남에서의 음식값치고는 비싼 편이다. 하여 우리는 마지막 저녁을 이곳에서 먹기로 약속을 했고 마지막날 찾아갔다.






반가운 마음에 메뉴판을 뒤적이며 음식 하나하나 보며, 남한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수근수근 떠들다가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 '메뉴 내용물을 촬영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정중하게 그건 곤란하다길래 우리도 젠틀하게 알겠다며 쿨한 척을 한다....






머리털나고 처음 먹어 본 평양소주. 평양소주 말고도 여러 담금주가 많았는데, 많이 비쌌다.

'남남북녀'라고 했던가.
우리 테이블을 담당하던 '고은주'양(평소 이름 잘 못 외우는데,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거 봐라;;;)이 이 말이 진리임을 입증해 주었다. 특유의 북한사투리로 이야기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하지만 저녁시간이 깊어지면서 손님이 많아져 3층으로 올라서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더이상 볼 수 없었다.








진짜 평양냉면.
시간이 많이 흘러 상당히 맛있었다는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 지금으로선 상세한 묘사가 불가능하다.







자리를 뜨면서 기념촬영을 부탁했고 흥쾌히 찍어주었다.
하지만, 이 사진 속에 '고은주'양은 없다;;;; ㅜ,.ㅠ;;;

평양관에서 식사를 하면서 북쪽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상냥하고 친절하게 질문에 응하고 답하지만 다소 정치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화제를 돌리는 등, 진솔한 대화는 힘들었다. 그것은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아.... 통일의 필요성과 절실함을 다시금 느끼는 자리였다.


그리고 2차로 간 나이트에선 형들이 깜짝 생일 파티를 해 주었다.
33년을 살아오면서, 타국의 나이트에서 생일 케익을 불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역시 색다른 경험이라면 경험...ㅋ



여행의 마지막 날. 세희와 나는 호안끼엠 호수와 그 주변에 있는 구시가지를 구경했다.








호수에서 저 다리를 건너면 옥산사라는 절이 있다.
유명하다는 이 절에는 13세기 몽골의 침략을 막아낸 장군과 여러 신들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어디를 가나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는 모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건하기 그지없다.


옥산사를 나와 구 시가지를 향했다. 








하노이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없어서는 안될 교통수단이다.







구시가지의 모습.









하노이는 도로명 주소를 쓰는데, 복잡한 거리지만 이 주소 덕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대충 주소와 같은 거리명에서 내리면 숫자를 따라 내가 찾고자 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인천'이라고 쓰인 모자를 쓰고 지나가는 여자 순간 포착...ㅋ



마지막이니 만틈 씨클로를 타보기로 했다.
나이도 많아 보이는 분이 페달을 돌리는데 젊은 놈이 편하게 앉아 있는 것이 미안했는데, 내 옆으로 초고도 비만의 서양인이 탄 씨클로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서는 미안한 마음이 다소 수그러 들었다.


한 편, 세희는....












술이 그렇게 안되니;;; 아저씨도 웃으신다.....ㅉㅉㅉ;;;










내부를 구경할 순 없었지만, 하노이 대성당에서 한 컷.





그렇게 우리의 여정은 마무리 되어갔다.
이제 저녁을 먹고 9시 쯤 집을 나서서 공항으로 향하면 하노이와는 안녕.

도착 첫 날, 재원형이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한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형들에게 떡볶이를 해 주기로 결정.
요리 잘 하는 김세희가 떡볶이를 만들고, 난 옆에서 뭐 시키면 하고 시키는 거 없으면 놀고 했지만, 형들이 맛있어 하는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 다가올 수록 가기 싫다는 감정이 배가 되었다. 5일 간 즐겁게 보내며 더욱 친해진 형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상당한 아쉬움으로 다가왔고, 감정을 추스려야 할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

이산가족 상봉한 것도 아닌데, 단체사진을 한 장 찍자고 했다.





벌써 한 달 전의 여행인데, 이렇게 글로 정리하다 보니, 당시의 감정과 느낌들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다.

회사 업무로 만신창이 된 당시 나의 삶에 하노이 여행은 숨을 돌릴 수 있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더욱 즐거웠던 여행...



주변에 좋은 사람을 많게 하심에 신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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