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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휴업과 빨간오뎅

by Kang.P 202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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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말이면 다음 달의 (5일에 대한) 휴업 일자를 제출해야 하는데, 업무 흐름상 지금처럼 매주 월요일에 휴업을 할 듯하다. 그렇다면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매주 규칙적으로 2박 3일을 쉬게 되는 것이다. 급여가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허투루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누구는 중장비 자격증을 딸 거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결국 모두의 머릿속에는 이 시간의 활용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니다. 오히려 지난주에는 등산이라도 갔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그마저도 못하고 아내와 조조로 영화 '살아있다'를 보고 점심 먹고 들어온 게 전부다. 막상 뭔가 새로운 것을 공부하거나 배워보자 싶다가도, 6살 4살 딸아이들을 뒤로한 채 문 걸어 잠그고 들어앉아 공부하고 있는 것도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고, 반대로 애들과 소꿉장난이라도 하고 있을라 치면, (물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드는) '뭐라도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놀이에 집중할 수 없다. 

 

다소 생뚱맞은 결론이지만, 이런 고민 끝에 어제저녁에는 제천의 명물인 빨간오뎅을 만들어 봤다. 

 

괜히 사 먹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직접 만들어 보고 비법을 고민하게 된다.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배워야 한다'는 의지의 표출이라 하겠다. 퇴직 후 인생 2막에 대한 고민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당연한 듯 소비하는 타인의 완성품들에 대해 '나도 저것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하고 싶은 욕구이고, 이것은 두 딸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책무와도 일면 다아있다. 이런 생각들은 음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서,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분야에 얕고 넓은 지식과 적당한 능력(잔기술?)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간만에 주방에서 뭐 좀 했다고 젠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요즘은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처음 만들어 본 빨간오뎅의 맛은 나름 괜찮았다.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이 부분은 좀더 연구하고 보완해서 다음 번에는 '제천의 맛'에 한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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