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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2016년 7월 청풍

1박 2일 청풍여행

by Kang.P 2016.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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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청풍은 지금 살고 있는 충주에서도 가깝고, 고향인 제천에 속해 있기에 여행이라고 하기가 새삼스럽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어디'보다는 '누구'와 함께인지가 중요하지 않던가. 


매년 여름이면 함께 놀러가던 대학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싸잡아 '귤국민태'라고 부른다-이름과 별명을 합쳐 만든 용어) 근데 올해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하여 결국 규일이 형('귤국민태' 중 귤에 해당) 가족과 우리 가족 이렇게 두 집만 시간을 맞출 수 있었고, 장소를 고민하다가 청풍으로 정한 것이다. 한창 휴가철이었기 때문에 펜션을 잡는 것이 급선무였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펜션은 방이 없던가,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했다. 그러던 중 연애할 때 아내와 함께 갔었던 '퐁네프'라는 펜션을 어렵게 예약할 수 있었다.  






창 밖으로 청풍대교가 보이는, 뷰가 이쁜 펜션이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완료했고 그리고는 정신없이 한 주가 흘러갔다.


여행 당일인 7월 23일.

함께 여행할 형은 제천에서 동생과 점심 약속이 있다고 했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제천으로 출발했다. 집에 있기도 답답했고, 무엇보다 짜증이 부쩍 는 11개월된 딸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게 낫겠다 판단해서 였다.  


제천에 갈 때면 어김없이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빨간오뎅집.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이것은 정말 제천의 명물이다.

떡볶이 1인분과 빨간오뎅 8개가 4,000원. 가격도 저렴하다. 


나오기가 무섭게 맞바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의림지로 향했다. 






삼한시대 때 축조된 3대 저수지 중 하나인 의림지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함께 한 공간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소풍은 무조건 의림지 솔밭공원이었다. 그 어린나이에 학교에서부터 의림지까지 걸어서 갔다. 지금도 엄두가 안나는데 말이다.

대학에 진학하며 고향을 떠나 있을 시절, 어쩌다 제천에 내려오게 되면 빼놓지 않고 의림지를 찾았다. 이곳에서 담배 한 대 피며 인생을, 미래를 고민하곤 했었는데,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찾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지나치게 더웠다. 











간단하게 의림지를 둘러보고 근처 커피숍으로 왔다. 

규일형도 식사가 끝나간다고 하니, 여기서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다. 






잘 노는 것 같던 딸아이는 왕성한 배변활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일을 해치웠다.

(아빠 닮아서 장활동이 활발한 듯....ㅋ)






의림지에서 규일형네 가족을 만났고 우리는 마트에서 일용할 양식을 챙긴 후 청풍으로 향했다.

청풍 가는 길은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청풍호를 끼고 돌아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특히 길 가로 길게 뻗어있는 벚나무는 봄이면 꽃이 만발해 벚꽃 터널을 만들며 장관을 이룬다. 


타 지역이라면 모르겠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선배 형을 초대한 상황이다 보니 마치 가이드인 양 인솔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금월봉에서 잠깐 멈춰 둘러봤다. 잡풀이 많이 자라고 관리가 안되다 보니 처음 봤을 때의 신비로움은 없었다.







그리고는 청풍문화재단지로 갔다. 

날씨도 덥고 다들 지쳐 보였지만 청풍에 왔으면 문화재단지는 한 번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은 비봉산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청풍호의 비경을 한 눈에 보여주고 싶었지만, 날씨도 무덥고 딸아이가 타기에는 힘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 













문화재단지를 둘러보며 땀에 찌들고 나서야 숙소로 향했다. 

마트에서 사 온 먹거리를 토대로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저녁 준비를 했다. 




우선 소고기로 간단하게 입가심~ㅋ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그 맛은 배가되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릴 때처럼 대화의 내용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기울이는 술 잔의 수가 늘어날수록 삶에 대한 고민과 미래의 막막함에 대한 푸념을 쏟아 놓는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속에서 답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들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위안이 된다. 한바탕 울고 나면 후련해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우리의 2차는 뽀그리를 안주 삼아 펜션 복도 계단에서 해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들의 밤은 깊어갔다. 



다음날 점심으로 맛집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수안보에 있는 '상촌식당'이라고 TV에도 많이 출연한 유명한 집이다.

논밭 한 가운데 있는 중국집인데, 이 집은 탕수육과 소마면이 유명하다. 오랜만에 지인과 함께 찾아갔으나 안타깝게도 1시간 반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렸다. 

결국은 충주 들어와서 갈비탕으로 점심을 하고 형네 가족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을 많이 못 만난다. 충주생활 초창기에는 매주 서울 올라가서 사람들 만나곤 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하니 전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만날 때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오랜만에 즐거운 자리였고 올 해가 가지 전에 보다 많은 사람들과 좋은 자리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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