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행/2025년 5월 부산

[부산 여행] 4. 해운대해변열차와 삼원면옥의 밀면

KangP_ 2025. 5. 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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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 첫날에 격하게 우리를 반겼던 비바람은 채 이틀을 참지 못하고 셋째 날에 다시 찾아왔다. 오늘의 첫 일정은 청사포로 이동해 해운대블루라인파크에서 해변열차를 타는 것이다. 지하철과 마을버스로 청사포까지 이동했는데, 여행 내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부산 사람이 다 된 느낌이었다.

블루라인파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청사포의 사진 명소, 그러니까 슬램덩크에 나오는 장면과 흡사한, 철길을 가로질러 쭉 뻗은 도로 끝에 파란 바다가 보이는 그곳과 마주했다.  

사진 명소로 소문나다 보니, 차가 오든 말든 신호 따윈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어대는 이들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여 우리는 파란불이 들어왔을 때 잽싸게 사진을 찍고 빠졌다.

여긴 어디??


과연 이곳이 사진 명소이긴 한 건지, 무엇 때문에 명소인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결과물이지만, 괜찮다.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분명히 기억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해변열차는 정액제라 전체 코스를 돌든 한 정거장을 타든 같은 금액이었는데 우리는 일정상 청산포에서 타서 송정에서 내렸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빗방울이 굵어졌다. 놀랍게도 송정해변에는 이런 빗속에서 서핑을 즐기는 열혈청춘들이 있었다. 그 모습이 처음에는 무모해 보였지만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에게선 시나브로 퇴색되어 버린 열정이 느껴져서 내심 부러워졌다. 비로 인해 불편했지만 덕분에 송정해변의 또 다른 운치를 느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해변열차 하차장 인근에 있는 삼원면옥을 찾았다.

 


부산 여행 중 밀면은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길목에서 손짓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당연히 밀면을, 아이들은 맑은 칼국수를 시켰다.


반찬은 간단했다. 반찬을 건네며 직원은 우려하듯 김치가 맵다는 설명을 빼놓지 않았는데, ‘김치가 매워봤자지’ 하는 생각에 호기롭게 크게 한 점 집어 입에 쑤셔넣었다. 오물오물하다 보니 슬슬 매운 기운이 올라왔다.

“말대로 맵긴 맵군, 훗”

하지만 진정한 매운맛은 김치가 목구멍으로 넘어간 후부터 입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 후의 쓰나미처럼 거대한 매운 기운이 입 안을 점령해 버렸고 막무가내로 입속 통각을 때려 댔다. 결국 기괴한 소리와 함께 입 밖으로 혀를 내두르며 허겁지겁 물을 삼켰다(혹 이곳을 가신다면 신중하게 김치에 접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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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니 밀면이 나왔다. 배급으로 받은 밀가루에 전분을 넣어 만든 밀면은 한국 전쟁 때 만들어진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밀면의 식감이 좋다. 쫄면과 일반 면 중간 어디쯤인 듯한 면발이 참 매력적이다.

비 맞은 후라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밀면도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 시킨 칼국수 역시 맛있었다. 2인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식당 들어오기 직전에 간식으로 십원빵을 해치운 녀석들인데도 야무지게 잘 먹었다.

부산은 전에 두 번 와 봤다. 대학 시절 삼총사, 혹은 ‘셋이 한 세트’ 취급받던 친구들과 무한도전 짜장 짬뽕 특집(?)에서 정형돈과 노홍철의 부산 코스를 그대로 따라갔던 여행과 이번 여행을 함께 형과 근 십수 년 전에 찾았던 부산 여행, 이렇게 말이다.

즉, 이 형과는 두 번째 부산 여행이다. 단출하게 둘이 왔던 부산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 일곱 명의 무리가 되어 다시 찾은 것이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부산뿐만 아니라, 상하이, 도쿄, 호주 등 생애 몇 안 되는 해외여행도 이 형과 함께했다. 내 청춘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매우 소중한 인연이다.
 
생각난 김에 방금 형에게 전화를 하고 왔다. 안부 전화였는데, 결국 또 다른 놀러 갈 계획을 구상하게 되어버렸다. 오래오래 함께하자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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