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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파업 17일 차.

by Kang.P 2017.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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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빠르다. 

벌써 오늘로 파업 17일 째다. 



오늘은 음성군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시내를 돌며 선전전을 했다.




#.1

시간은 상대적이다. 빨리 좀 갔으면 싶으면 10분이 1시간처럼 느리고, 더디가기를 바랄 때면 1시간이 10분처럼 빨리 간다. 그런데 지금의 파업 상황에서는 이와 반대의 심리가 작용한다. 빨리 파업을 끝내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날수는 엄청 빨리간다.

늘어가는 파업일수가 부담되니 그만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고, 사람 심리가, 아니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파업일수가 세자릿수가 되고 맨 앞자리 숫자가 바뀌더라도 김장겸이 물러나고, 공정방송 구현을 위한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우리의 파업 달력에는 계속 동그라미가 그려질 것이다.  


#.2

정상적인 업무를 볼 때는 일에 치여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3주차로 이어지고 있는 파업을 통해 지역방송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충주, 제천, 음성 등지로 나가 지역민을 만날 때면 더욱 그러하다. 회사에서 월급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의 모습은 다를 바 없지만,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프로그램과 뉴스가 전달되고, 특히나 지역민의 삶을 담아내고 대변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초심도... 


#.3

파업의 장점(이라고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이라면 가족과의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파업 프로그램 이외의 시간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다. 태어난 지 50일도 안된 둘째 딸과 애 둘을 혼자 보느라 매일 같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내를 보면, 혼자 혹은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귀싸대기 맞을 일이다. 물론 그런 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육아전장에 투입되어 지지고 볶으며 가족의 전우애를 키우려 한다.

이렇게 시간이 좀 있을 때, 아이들의 성장기록도 많이 남겨놓으련다. 예를 들면 이렇게...


사진 찍기 직전에 아빠한테 혼나고 울어서 눈이 빨간 큰 딸... 짧은 머리와 얼굴의 상처들 때문에 아들로 착각들 많이 하시는데, 딸입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세상물정을 알아갈 때쯤 이 사진을 꺼내보여주며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 


"월급이 안나와서 너희들 맛있는 거 많이 못 사 줘서 미안했지만, 

아빠는 후회없단다. 저 때의 저런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야... 아빠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디가~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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