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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충주 자유시장 데이트

by Kang.P 2017.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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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이면 딸아이와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특히 이번주에는 1박 2일 출장도 있었고, 함께 한 시간이 짧았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런 고민의 가장 큰 걸림돌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미세먼지'다. 


오늘도 평일과 다름없이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건만 미세먼지가 '나쁨'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아내와 나는 크게 상관없지만, 감기에 심하게 걸린 딸아이가 걱정이었다. 어디가서 뭘할지 한참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전통시장'이었다. 시장은 실외나 다름없어서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점심으로 무학시장 순댓국을 먹는다면 왠지 미세먼지 따위는 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ㅋ





충주에 산지 언 12년인데도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 기억은 없다. 물론 업무 차 들른 적은 있지만, 필요한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들린 건 처음이다. 자유시장과 무학시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딸녀석도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전통시장을 경험한다. 




토요일 오전의 시장모습은 한가했다. 장날도 아닐뿐더러 오전이다보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덕분에 편하게 이곳 저곳 구경할 수 있었다. 3.1절에 태극기 거는 모습을 본 후, 딸아이는 태극기를 보면 무지하게 반가워한다. 태극기를 좋아하는 것 좋지만 태극기 몸에 감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들은 절대 닮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시장에도 어김없이 뽀통령은 있었다...




우리의 목적지 순대골목에 도착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길 양 옆으로 순대와 만두 파는 가게가 즐비해 있는, 충주에서는 나름 유명한 순대골목이다. 





순댓국으로 점심을 해결할 요량으로 입맛 다시며 자리 잡고 앉았으나, 딸아이가 울음보를 터트렸다. 처음보는 낯선 광경이 불안하고 어색했나 보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다시 일어나 골목을 나왔다. (정말이지 요즘 딸 녀석의 생떼가 나날이 늘고 있다...) 




아내가 좋아하는 만두를 파는 곳이 있어서 다시금 발을 돌려 만두를 사오고 보니, 녀석은 언제 울었냐는 듯 즐겁게 시장구경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 때문에 시장에서 점심 먹는 것은 힘들 것 같고 해서 우리는 성서동으로 향했다. 이곳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 먹고 집에 갈 생각에 간판을 보며 걷는데... 




그 때!!

상촌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기억이 떠올랐다. 수안보의 유명한 중국집 상촌식당... 최소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고, 그것도 하루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먹을 수 없다는 그 상촌식당이 충주시내에 분점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말이다. 더 이상의 고민없이 가게로 들어갔다. 




들어와 보니 알겠더라. 이곳은 '꾼'이라는 이름의 술집 자리였다. '꾼'은 모든 자리가 방으로 꾸며져 있어서 사생활 보호가 용이한 술집이였고, 그런 이유로 아내와 비밀 연애할 때 가끔 찾던 곳이라 기억할 수 있었다.

상촌식당으로 바뀌면서도 꾼의 인테리어를 많이 바꾸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원조인 수안보 상촌식당의 오래된 가정집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상촌식당의 메인 음식인 탕수육과 소마면, 그리고 딸아이를 위한 짜장면을 시켰다. (사실 메뉴도 이게 전부다...)





상촌식당의 탕수육은 맛있다. 수안보와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양에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원조 수안보 상촌식당은 양이 무지하게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곳은 섭섭하다 느낄 정도로 양이 부실했다. (수안보 상촌식당의 탕수육 가격과 이곳의 가격이 다를 수 있으니 가격과 비교하기는 힘들 듯...)





소마면... 맛있다. 짬뽕보다 덜 자극적이면서 특유의 시원함과 칼칼함은 해장에도 이만한 것이 없다. 





솔직히 짜장면은 순전히 딸아이를 위해서 시켰다. 소마면이 우동처럼 부드럽지 않기에 아이가 먹기에는 매울 것 같아서 시켰는데, 짜장면 또한 맛있었다. 특히 불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맛이 느껴졌다. 소마면, 짜장면 모두 면도 쫄깃하고 좋았다.


오랜만에 가족과 기분 좋게 외식을 했다.

차에 올라 집으로 향하다가 호암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후되니 미세먼지 상태도 좋아졌고, 무엇보다 딸 녀석을 투정없이 재우기 위해서는 낮에 좀 굴려야 했다. 




아빠 흉내 내며 뒷짐 지고 걷는 딸 녀석...ㅋㅋ



호암지에도 벚꽃이 많이 폈다. 늦어도 다음주면 다 떨어질 것 같다. 



"아빠의 마음이야... 이거 받고, 그만 좀 떼써.. ㅇㅋ?"



벚꽃을 보고 있자니 문득 하나의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고, 난 그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양 허겁지겁 날짜를 확인했다. 

4월 8일... 역시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그러니까 1999년 오늘... 


난 입대했다... 

논산훈련소를 둘러싸고 있는 벚나무에서 벚꽃이 바람에 눈발처럼 휘날리는 모습은 장관이면서 또한 공포였다. 

그날의 벚꽃과 오늘의 벚꽃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밤에 조심하자... 다시 군대가는 꿈꿀까 두렵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차를 하고 아파트로 올라가려는데, 딸아이는 주차장 밑에 있는 놀이터를 가자고 떼를 쓰기 시작한다. 

"안돼~ 이제 집에 가서 씻고 저녁 먹어야지~~"(분명 좋게 말했다. 요즘은 무슨 말인지 다 알아 듣는다...)

딸 녀석은 자기 맘대로 안되자 바닥에 드러누우며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바닥에 코와 이마을 쓸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물론 올라와서 아빠한테 많이 혼남) 




요즘 이 녀석의 고집과 생떼가 늘어서 고민이다. 무엇보다 아내가 많이 힘들어 한다. 뱃속 둘째는 점점 커져가는데, 큰 애의 떼는 늘어가니 말이다. 

아이가 커갈수록 어떻게 키워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 역시 커진다. 한창 이쁜짓 할 때야 무슨 고민이 있겠냐마는 요즘처럼 슬슬 미운짓을 하기 시작할 때, 이 시기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지혜를 주소서...




오늘 저녁은 아내표 대패삼겹살!!





돌이켜 보면 보람된 하루였다. 

전통시장 구경으로 시작해서 맛있는 점심과 여유로운 산책... 그리고 딸 아이의 생떼와 육아에 대한 고민... 

마지막으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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